601BISANG

365일을 선물받다_601비상의 ‘2015 캘린더 십이지뿔날라’

2015, 01

1

 

# 십이지뿔날라_601비상의 을미년 달력
“따뜻한 술국을 놓아두고, 쓴 소주 한잔을 대접해야겠다.’싶었다.
그러고는…

 

묻고 싶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불같은 화’가 치밀도록 했는지 또, 묻고 싶었다.

어떻게 그런 극한의 ‘불과 화’를 다스려(디자인하여) ‘작품’에 담아놓을 수 있었는가.

궁금했다. 그저 그런 호기심이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힘겹게 지난 한 해를 견뎌온 삶.

그것에 관한 궁극적인 ‘물음표’였다.

 

12월 31일. 사무실로 보내온 박금준 대표님의 작품_601 캘린더_을 받아들고 집으로 올 때까지만 해도,

‘고마운 선물’이었는데 달력 상자를 열고 한지를 푼 뒤, 내 눈앞에 펼쳐진 ‘십이지뿔날라’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의 울분이 담긴 듯했다. 또, 이 세상의 아픔을 담아놓아야 하는 디자이너로서 고뇌가 ‘십이지뿔날라’로

변주되었을까. 싶었다. 그러니 손이라도 번쩍 들고, ‘묻고 싶습니다.’하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지사.아니던가.

 

물론, 이건 달력을 받아들고 느낀 지극히 주관적인 첫인상이다. 그러면서 한편 가슴 어는 밑바닥부터 ‘위안’이 차고

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행운이다 싶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런 까닭 때문은 아닐까.

 

2

 

 

# 진혼곡 304(requiem 304)_2015년과 마주하지 못한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위로하며

 

우리 모두 잠시 ‘머물다’ 가는 곳. 지상의 세계와 그 너머에 있는 영혼의 세상도 잠시 머물다, 어느 곳으로든 흘러간다.

그 지점을 모르니 간혹 두렵기도 하고, 또 그만큼 희망을 품고 하루를 버티는지도 모른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삶을 두고 보면, 그렇다. 그런데 머물다 가야 하는 시점을 내가 아닌 누군가의 실수나 무책임한 탓으로 빼앗겼다면, 어떨까?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임은 분명하다. 떠난 이도 그렇고, 아픔을 안고 남겨진 이도.. 모두 아픈 세월임을 또 말해 무엇하랴.

 

위로가 닿아야 할 지점이나 시점, 그때를 가늠하기조차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누군가는 그때를 알고 보듬는다.

시인은 시로, 화가는 그림으로, 글을 짓는 작가는 글로, 노래하는 이는 가락으로 보듬는 시점이 있다.

여기에 디자이너가 품어 놓은 ‘세월’은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는 절망과 희망, 그 사이를 변주하여 놓았다.

부끄러운 마음 한쪽과 고마운 감정 한쪽이 어우러지는 사이에 ‘십이지뿔날라’가 놓여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하고 소리 내어 달력 3쪽에 있는 동그라미를 세어 보았다. 편집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면 위에 무언가 놓여 있으면 그 이유를 찾는 버릇 때문이다. “304개” 예순하나가 비어 있는 까닭은 무얼까? 싶을 때,

예전에는 없었던 종이 한 장을 발견하고 살폈다. 그러다가 ‘아~’하고 짧고 깊게 탄식하고 말았다.

책의 서문처럼 달력과 함께 온, 종이 한 장에 담겨 있는 [십이지뿔날라] 전문은 이렇다.

 

_십이지뿔날라 : 12동물들의 노여움을 조심해

동물들이 인간 세상에 화났다. 4방위의 시공간에서 오는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상징인

12동물들이 인간들의 세상살이를 바라보며 애정 어린 비판과 조롱을 서슴지 않는다.

비주얼 스토리텔링과 함께 동물을 상징하는 한자의 동양미와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어울림을 담았다.

 

_십이지뿔날라는 총 16장으로 구성된 스토리텔링 캘린더이다.

을미년을 상징하는 청양과 천지를 호령하는 호랑이와의 조우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물의 왕을 자처하는 호랑이가 인간세상을 바라보고 탄식하며, 2015년의 주인공인 양에게

12동물들의 새해맞이 덕담?을 들어보자고 제안한다. 동물들의 농반진반 해학적 멘트와 욕이 어우러진

비판과 조롱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작은 웃음과 유쾌함을 전한다.

들어가는 페이지에서는 우리사회를 총체적으로 풍자하는 12동물들의 입담을 시조 형식으로 풀어냈다.

 

_십이지뿔날라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세월호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세 번째 페이지 304개의 점은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를 상징하기도 하고, 우주 속 아주 작은 존재의

인간을 암시하기도 하며, 떠오르는 해의 희망찬 새해 소망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어 동물들의 재치가 십이지간 순서에 따라 우리 사회 전반을 진단하며 구수하게 펼쳐진다.

규제 개혁, 청년실업과 노령화, 책임회피, 언어폭력, 파렴치한 등 그 어느 해 보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보낸 우리 모두가 공감할 만한 주제들이다.

 

_십이지뿔날라 ‘뿔날라체’ 개발

동물들의 직설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하다가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기하학적 글꼴을

디자인했다. ‘뿔날라’라 명명한 이 글꼴은 선과 면으로 구성된 네거티브형 글자이다. 70년대 표어,

포스터를 연상하게 하는 이 글자는 제각각의 크기에 현란한 색채가 서로 겹치면서 중요한 그래픽 요소로 작용한다.

‘동물들의 문자’라는 설정으로 다소 낯설고 읽기 불편하지만, 우리 사회를 향한 반복적인 동물들의 외침을

그래픽 조형으로 확장하면서 그 의미 너머의 변주를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_매년 독특함으로 선보이는 601비상의 한글 캘린더

그동안 601비상은 한글의 구조적 아름다움과 의미적 상상을 조명하는 다양한 ‘한글’ 캘린더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한말글>에서는 12가지 희망의 언어에서 찾은 한글의 표정과 형태를 표현했고,

2013년 <길 변주곡>과 2012년 <한글 꿈, 길>등 한글의 다양한 그래픽 실험과 디자인을 담은 독특한 캘린더를

선보이고 있다. 한편, 601비상은 매년 601부의 캘린더를 제작해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과 지인들에게 배포한다.

이 캘린더의 기획과 디자인은 박금준 대표가 맡고 있다.

 

3

 

‘시대가 품어야 할 아픔’이란 말을 종종 하지만, 단언컨대 “시대는 아픔을 품지 못한다.”

세상 그 어느 시대가 사람을 품은 적이 있던가? 없다. 그러하기 때문에 ‘아픈 시대’는 그 시절을 지나쳐 온 사람이 품어야 할

‘몫’이란 것이 있다.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이들이라든가, 배운 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든가 하는 선 긋기도 아니고,

여의도 바닥에서 흔하게 말하는 프레임이라는 것도 아닌, 사람으로서 사람을 향해 당연히 해야 할 몫. 그 역할에 관한 나눔이

새해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면 어떨까? 달력에 등장하는 열두 동물이 꺼내놓는 것은 ‘비평이나 비난’도 아닐 것이고,

사람을 향한 ‘조롱’도 아닐 것이다. 그저 뿔날 모양을 해학적으로 담아 놓은 것. 그러하니 달래주어야 할 몫을 지닌 자는

그 책임을 다하면 그만이고, 마음 한쪽에 여전히 남아 있는 온기를 지닌 이들은 그 온기를 나누어 주면 족하지 않을까.

뒷짐 지고 바라만 보지 않고, 단 한 발이라도 함께 움직이면서 말이다. 어쩐지,

 

2015년은 우리 모두에게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동행(童行)’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책장을 넘기듯, ‘십이지뿔날라’ 열여섯 장에 담긴 이야기를 넘긴다. 행간이 아닌 여백에 담긴 의미도 떠올려본다.

그러다가 마지막 장에 가서야 ‘십이지뿔날라’가 전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다섯 가지 색이 어우러진 면.

그 면과 면이 겹치며 생겨나는 또 다른 면들이 전하는 ‘화합과 조화’를 읽은 날, 그리고 세상에 없는 ‘다름’을

이 지상에 꺼내어 놓아준 그들에게 감사하며..

 

2015년 1월 1일 새해 첫날을 보내며,

박금준 대표님에게

연필꽂이성주 드림

 

출처: 네이버 블로그 [http://pencilvase.blog.me/220226721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