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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준<디지털 시대의 창조적인 종이>

[월간디자인] 201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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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ation

12명의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준 <디지털 시대의 창조적인 종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아주 멋진 인쇄물이 나왔다.

총 12권의 작은 노트북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전 세계 12명의 디자이너가 ‘종이’에 관해 인터뷰한 기록이자,

이들의 작품을 담은 아트북이며 동시에 다양한 종이를 경험 할 수 있는 샘플 북이기도 하다.

폴란드 출신의 디자이너 미할 바토리 (Michal Batory)부터 라바(lava)의 한스 울버(Hans Wolbers)대표,

아이러브뉴욕의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 외에도 여러 디자이너가 참여 했으며,

601비상의 박금준 대표 역시 눈에 띄는 이름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 세계 다양한 회사의 종이를 배급하고 있는 앤탈리스(Antalis)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앤탈리스는 프랑스의 제지사 아르조위긴스(Arjowiggins Creative Papers)를 선택해

12권의 표지 모두에는 ‘리브스 센세이션’ 종이를 사용했고, 내지에는 각각 다른 종류의 종이를 적용했다.

한편 12명의 디자이너에게 종이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진 인터뷰어는 이 책의 편집자이자 디자인 저술가인 베로니크 비엔느(Véronique Vienne)이다.

그녀는 종이의 의미를 묻는 원론적인 질문부터 적절한 종이를 선택하는 노하우, 디지털 시대에 인쇄물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광범위한 내용에 의문을 품었다.

예를 들어 종이의 ‘물질성’을 어떻게 묘사하겠느냐는 질문에 영국의 디자이너 대니얼 이톡(Daniel Eatock)은 ‘지극히 무난함’으로 답했는데,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고, 구할 수 있으며 상표도 없는 종이의 일상성을 예찬한 것이었다.

인쇄 후에도 종이의 퀄리티와 감촉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프랑스 그래픽 디자이너 카트린 자스크(Catherine Zask)가 자신의 노하우를 밝혔다.

흡묵지로 열 포일 인쇄(hot foil printing)를 하거나 나사지로 매트 프린팅(matte printing)을 하는 등 특정한 종이와 독특한 프린팅 기술을 매칭한다는 것이었다.

이 밖에도 타이포그래피와 색의 사용, 책, 포스터, 카드 디자인 등 종이와 관련한 다양한 질문과 답이 오고 간 가운데

의외의 내용으로 흥미를 끈 것은 밀턴 글레이저와의 인터뷰이다.

인쇄물은 그의 인생과 디자인에서 전부라고 할 수 있음에도 밀턴 글레이저는 디지털 시대 종이의 역할에 일종의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종이를 사용하는 것, 정확하게는 종이를 사용해 전형적인 책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는 집집마다 잠자고 있는 수 천 권의 책, 여전히 대량생산되는 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 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시대에는 책 말고도 서로의 지식을 공유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 함을 역설 했다.

물론 그가 세상의 모든 책을 불태워버리자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글레이저는 책이 예술의 한 부분으로서 새롭게 탄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나의 그림을 평생 봐도 질리지 않는 것처럼 책 역시 바라보는 것을 존재 목적으로 하는, 감상을 통해 즉각적인 경험을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새로운 형태의 책은 시의 일부이자 예술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으며, 휙휙 넘기거나 가지고 노는 자체에 목적으로 할 수 있다.

과연 새롭게 탄생한 새로운 책에는 어떤 종이를 사용 할 지 괜스레 궁금해 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디자이너가 종이를 다루고 선택하며 경험하는 방식은 제각각 다르지만 베로니크 비엔느는 그 안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째, 종이는 디지털 기기가 제공하지 못하는 감성적 경험을 전달하며, 둘째, 종이에 인쇄된 정보는 스크린에 보여지는 정보보다 기억에 남는 다는 것.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의 성공은 종이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종이는 마지막에 선택하는 옵션이 아니라 콘셉트의 필수적 구성 요소이다.

독일의 그래픽 디자이너 아이케 쾨니히(Eike König)의 말대로

“종이를 고르는 것은 타이프페이스, 컬러를 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며

미할 바토리가 이야기 했듯 “만약 당신이 잘못된 종이를 골랐다면 마법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12명의 디자이너 인터뷰 이상으로 책의 가치를 더 해주는 것은 각각의 내지에 사용한 12종류의 종이이다.

일단 눈으로 보는 색과 질감부터 손끝에 닿는 면의 촉감, 그리고 그때마다 들리는 사각사각 소리까지, 디자이너에게 영감 그 자체가 되기 충분하다.

앤탈리스는 이 결과물을 ‘BO12(Book of 12)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우수 에이전시에 배포하고 만 명의 디자이너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또 9월 중에는 BO12의 웹사이트(www.bo12.com)을 오픈 해 이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12명의 디자이너와 진행한 인터뷰도 공개할 계획이다.

글:김민정 기자, 사진: 이서린 기자

 

 

Interview

박금준 601비상 대표

“종이를 선택하는 것은 창조적인 행위이다”

 

우리가 종이가 없는 사회가 되는 위기의 상황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휴대기기가 많은 부분 종이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그 영역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종이에는 어떤 디바이스도 구현하기 힘든 직관성과 공감각적인 가치가 있다. 어떤 화면도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종이의 촉감과 냄새를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 종이 매체의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의미 있는 자기 역할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쇄 매체로써의 한계는 있겠지만 종이는 점점 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가치를 높일 것이다. 실제로 제지 산업은 점점 더 팽창하고 있다. 또 어떤 측면에서는 ‘디지털 종이’가 아닌 종이 고유의 본질적 가치는 더 선명해지고 있기도 하다.

 

디자인 작업 과정의 어떤 지점에서 종이 선택을 결정하게 하는가?

내용과 형식에 또 다른 감정을 불어넣는 것이 종이다. 때로는 종이로부터 기획을 시작하거나 아이디어를 전개해 나갈 때도 있다. 종이와 인쇄, 가공에 관한 총체 적인 검토는 기획 의도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하는 과정이 된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커뮤니케이션 목표, 톤과 문화적 언어 등 전체적인 관계성을 고려한 판단이 중요하다.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최고의 종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제작물의 분위기, 내가 성취해내고자 하는 복합적인 감정이다. 미학적 개념의 ‘분위기’혹은 ‘감정’은 무엇 하나도 뗄 수 없는 유기체적 조응을 이룬 상태의 결과이다. 이러한 요소 중에 하나가 종이이다. 내 생각에는 거칠거나 부드럽거나 또는 다양한 질감을 통해 어떤 촉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메시지다. 물론 종이가 내는 소리의 장점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일러스트레이션, 타이포그래피 등 보다 직관적인 텍스트, 감성적인 조형, 미묘한 감정을 살려내는 작업에는 종이가 최적이다.

 

*본 인터뷰는 ‘BO12’ 실린 것으로, 박금준 대표에게 인터뷰 전문을 제공받아 수록(발췌)합니다.

출처: 월간 디자인  2016 / 9   45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