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비상을 꿈꾸는 사람들-[601비상]

날개짓, 생명력, 자유, 크리에이티비티, 유월 일일, 세 명의 사내, 남다름,
거짓과 위선으로 부터의 탈출,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 아이같은 미소…[601비상]은
다중적 느낌으로 가득하다.
한 세기의 끄트머리인 1999년 1월 4일, 나른해진 오후 3시. [601비상]에 관한 몇 가지
소문을 확인키 위해 홍대 근처 주택가에 위치한 사무실로 찾아갔다. 현관을 들어서자
나이를 가늠키 힘든 사내가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반갑게 맞아들였다. 바로 이 사람이
소문의 진상을 털어놓게 될 박금준 실장이다. 2층짜리 가정집을 개조해 꾸민 사무실은
깔끔한 인테리어와 효율적인 레이아웃으로 창조적 작업을 하기 위한 자유로움 그대로 였다.
그의 안내로 1층에 자리잡고 있는 CR(크리에이티브) 1팀과 2팀 작업실과 2층에 마련된
자료실과 박금준 실장 작업실을 둘러본 후 그의 책상 옆에 자리잡은 회의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깍지낀 두 손을 턱에 받친 박금준 실장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어제 술자리가 있었고 술 마신 뒷날이면 말을 잘하지 못하니 오늘 걱정이 된다는
우스개소리를 하며 연신 미소를 거두지 않는다. 인터뷰를 많이 해본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여유였다.

 

박금준 실장이 가정 먼저 던진 화두는 ‘디자인’이었다.

 

design에 대한 박금준 실장의 생각
“문제(제품)에 대한 본질적 측면을 파악하기 보다는 사물의 외적 요소나 표현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디자인의 정신적 측면이 외면 당하고 있죠. 생명력도 없을
뿐더러 경쟁력까지 잃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제품에 정직한 디자인, 중심이 있고 철학이
있는 디자인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될 때입니다. 이제 디자이너는 컴퓨터 앞에 붙어있기
보다는 제품과 소비자, 그리고 시장 속에 있어야 합니다.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문제
중심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한 자기만의 색을, 명확한 자기만의 이미지를 가져야 합니다.”
전날 술을 마셨다는 박금준 실장의 언변은 거칠 것이 없다.

 
[601비상]이라는 회사명이 색다르군요?
“이상의 날개가 연상된다, 혹시 사무실이 601호냐, 어린왕자가 사는 혹성번호냐 하며 몇몇
분들이 물어오시더군요. 처음부터 어떤 특별한 의미를 담으려고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 우연과
필연히 만든 특별한 이름이라고 할까요? 지금의 601비상을 이루고 있는 세 사람, 저하고 정종인
부장, 김한 차장이 서로 개별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기에 업무 시스템에 따른 일의 규모성과
확장성에 있어 취약했지요. 그래서 뭔가 가치 있고 일다운 일을 해보자 의기투합해 모인 날이
6월 1일이었고, 세 사람 영문 이니셜을 숫자로 계산해 보니 또 601이더군요. 재미있지 않나요?
물론 나중엔 상기도나 인지도가 높은 숫자마케팅을 생각한 것도 일부 있지요. 그러나 저희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에서 해석하자면 좀더 젊은 디자인, 실험적인 디자인에 대한 도전이나
비상이라고 할까요?”

 

[601비상]에 대한 박금준 실장의 머릿속?
우리가 하는 일은 이겁니다. “첫째는 디자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포-폴리오’라는 고급 portfolio bag입니다. 둘째는 출판과
관련된 것인데, 독특한 시각에서 출발하여 형식이나 형태까지 차별화시킨 책을 만들어 누구나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그런 특별한 책을 만드는 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가
있는데 그건 아직 알릴 단계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601비상의 힘을 하나로 모아 클라이언트보다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상대의 가려운 부분을 미리 파악해서 긁어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희들은
선제안 형식으로 업무를 진행합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오기전에 미리 제안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가치있는 일을 하자는 것인데, 그 한 예로 포트폴리오 제작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매주 토요일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601비상을 연구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생각이지요.”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자 이런 회사이고 싶습니다. “조직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크리에이티비티를 키우는 사람, 포괄적이고 입체적인 시각으로 모든 것을 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을 존중합니다. 또한 피상적이며 조직관리적인 회사이기 보다는 창의적 발상을 제작물이나
일에 연결시키는 회사이길 바랍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희는 사내교육에 신경쓰는 편입니다.
교육은 투자입니다. 최고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만들어내는 거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사무실에 붙어있는 Billl Bernbach의 글이 박금준 실장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 같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창의력의 불꽃이며, 우리가 잃을까 겁내하는 것도 이것이다. 나는 진부한
자들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과학자(scientist)들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정상적으로 바르게
일하는 사람들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을 원한다.

 

자체브랜드로 개발된 4-folio에 대해서?
“제 경우엔 매년 한번씩 포트폴리오를 만듭니다. 자기 관리 측면에서 10여년 동안 계속 해오던
일이죠. 디자이너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 아닙니까? 그러나 포트폴리오 제작을 하다보면 꼭 포트폴리오
백이 문제가 되는 겁니다. 더욱이 대학에서 포트폴리오 과목을 강의하게 되면서부터 포트폴리오 백에
대한 목마름이 더욱 커지게 된 겁니다. 그래서 포-폴리오라는 이름으로 portfolio bag을 만들게 된 거죠.
포트폴리오는 디자이너의 P.I(Personal Identity)입니다.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이자 상대를 설득하는
특별한 방법입니다. 한마디로 얼굴이죠. 그런데도 외국의 경우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도
미약하기만 하죠. 결국 누군가는 해야할 일을 저희들이 먼저 하게 된거지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계신데 학교에선?
“학생들을 많이 혹사시키는 편입니다. 부담스러울 만큼 많은 과제를 내는데 학생들이 잘 따라주고
있어요. 학생들과 저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시킴으로써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나 능력을 최대한 살려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고 일의 실현에
대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도록 합니다. 전, 학생들이 이때 많은 것을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전 학생들에게
의식에 대한 부분을 많이 강조합니다. 현장에서 찾고 배워라,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라고구요. 그러나
요즘 학생들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그 틀안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죠. 어떻게든 이런 부분을
가르치는 이가 철저히 무너뜨려야 합니다. 교육은 가르치는 이의 영향이 크니까 말입니다.”

 

인터뷰 중 나온 말, 말, 말
“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우린 항상 이걸 생각해야 합니다.”
“전 사고치는 스타일입니다. 문제가 있어야 푸는 재미가 있을테니까요. 하하~”
“하나의 제작물을 만들다 보면 많은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전 그 아이디어 스케치를 모두 버립니다.
그래서 기획서만 남깁니다. 자기만족에 심취해 버리면 지속적인 발전이란 있을 수 없을 테니…”
“생각하는 힘은 없는데 표현하는데만 집착한다면 그건 디자이너에겐 죽음입니다.”
“생명력 있는 디자인이란 군더더기가 없는, 이유가 명백한 디자인을 말하는 것 아닐까요?”
“차별화된 것이 없이 그저 애매하기만 하다면 경쟁력이란 있을 수 없어요.”
“저희들이 크리에이티브에 상응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지요.”
“즐기며 일하자. 일이 즐거워야 최상의 제작물이 나오니까요.”

박금준 실장이 마지막에 힘주어 말한 대목이 떠오른다. “사과가 수북하게 담겨있는 바구니에선 사과
이외에는 꺼낼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열린 눈과 다양한 관점으로 본다거나 사회문화적인 이해를 하거나
발언하고 행동하는 디자인이라면 다르겠죠? 저흰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까지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문화적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박금준 실장의 열띤 이야기 속엔 가시있는 말들이 많이 있었다. [601비상] 사람들이 올해 디자인계에 비상을
걸지도 모른다. 가시와 같은 날카로움이 디자인계에 긴장을, 새로움을 주리라 믿어본다. [601비상]을 나서면서
1999년 새로운 비전과 비상을 꿈꿔본다.

 

김기연 객원기자

601비상, 동양제과 1999년도 달력 디자인

 

601비상(대표 박금준)은 동양제과의 1999년도 달력을 제작했다.

올해로 벌써 3년째 일관된 디자인으로 기업의 특성을 살린 오리온 달력은

이번엔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주제 아래 손오공,

피노키오, 미운오리새끼 등 친근한 이야기들을 폐품을 활용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