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눈으로 행동하는 디자이너 박금준

더운 여름날이지만 고맙게도 신선한 바람이 부는 오후, 디자이너 박금준 씨를 만났다. 기자가 만나본 그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사람을 반기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줄 아는 그럼 사람이었다. 자신의 얘기를 먼저 풀어 놓기보다는 우선 상대방의 얘기 보따리를 풀어보고 싶어하는 호기심. 바로 이런 점이
그에게 결코 사그라들줄 모르는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를 불러일으키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책 제목이 문득 생각난다. 세상이 넓으니 그만큼 할일도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601비상의 박금준 실장. 그에게는 이 세상이 좁을 만큼 할일도 많고 바쁜 디자이너중 한사람이다. 얼마 전까지 제일기획에서 아트디렉터로 근무하다가 작년에 ‘601비상’을
오픈하고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한 날개짓을 하고 있다.
독특한 회사명만큼이나 그의 디자인이나 생각도 독특하다. 같은 사물을 보면서도 남과 다른 발상을 하는 일, 즉 정리된 크리에이티브를 시각화하는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는 “조직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창의력을 키우는 사람, 포괄적이고 입체적 시각으로 모든 것을 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을 존중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디자인 작업에는 창의력과 그것을 꿰뚫어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작업을 할 때 표현의 획일화를 경계하며 작품마다의 개성과 조형성을 찾고자 노력한다. 또한 명료한 컨셉과 정직한 디자인을 위해 고민한다. 무언지 의미 없는 아름다움의
표현보다는 명료하면서 번뜩이는 크리에이티브가 그를 세계의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했다.
디자인 접근방식에 대해 그는 한 작품의 스타일은 다루는 주제에 의해 변화되며 주제가 요구하는 니즈로부터 표현수단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또 스타일 속에 테마나 표현수단
그 모든 과정 하나하나에서 나름대로의 색깔을 돌출시키는 것이 바로 개인의 역량이요, 크리에이티브라고 본다고 덧붙인다.

 

Graphis Poster Annual 그리고 박금준
올해는 그에게 무척이나 영광스럽고 보람스런 한해일 것이다. 그의 포스터가 그래픽 디자인의 권위지인 그라피스 애뉴얼 1999에 실리면서 올해로 세 번 연속으로 작품이 실리는
영광을 안았다. 물론 이 밖에도 축하와 감사할 일들이 많이 있겠지만 세계 최고의 그래픽 권위지에 연속으로 세 번이나 실리게 되는 행운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그동안의 그이 땀의 결과를 어느 정도나마 보상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라피스 포스터 애뉴얼은 5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다. 국제적인
디자인과 경향을 영어, 독어, 불어, 일어 등 4개 국어로 발간되어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선정된 작가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이다.
그라피스 애뉴얼의 편집장인 April Heck은 편집이 거의 끝난 시점에 작품이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고 다시 재편집하여 그의 작품을 싣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 밖에도 그는 멕시코, 부르노, 헬싱키 국제포스터 비엔날레 등 여러 공모전에서도 수상을 거듭해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경력을 화려하게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있다는 증거로 끊임없이 그 자신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해외 수상을 계기로
세계포스터작가전에 초대되어 개인 부스가 설치되었으며, 덴마크 단스크 플라캇 박물관에 저의 작품들이 영구 소장되었습니다. 이러한 기회들을 통해 세계 디자인의 흐름과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또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쨌든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힌다.

 

카멜레온 같은 디자이너
일을 즐기자. 미쳐야 한다고 그는 후배 디자이너들을 위해 말한다.
똑같은 표현방법이나 다른 사람의 작품을 흉내내기가 아닌 개개의 특성에 맞는 언어로 디자인하라고, 그리고 카멜레온 같은 디자이너가 되라고 말한다. 또한 지속적인 자기관리와
항상 왜?를 고민하고 문제 중심적 사고로 접근하라는 조언을 잊지 않는다.
얼굴에 연신 미소를 띄우며 일하는 모습에서 여유로움과 만족스러움을 엿볼 수 있었다. 하나의 제작물을 만들다보면 수도 없이 아이디어 스케치들의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나중에라도
그 아이디어에 의존하게 될까 두려워 하나도 남김없이 그것들을 버린다는 그. 이러한 두려움을 가슴 속에 계속 간직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의 박금준 실장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취재,글/이미영기자

생활 속의 미술- 2000캘린더 디자인전 새 천년과의 우연한 만남

평창동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 지난 7월 14일부터 25일까지 이곳에서는 새로운 천년이 성큼 다가 왔음을 느끼게 해주는 전시회가 있었다. 문화의 시대가 될 21세기를 맞으며 우리나라 유수의 디자인 기획사인 육공일비상, 정병규디자인, I&I, 홍디자인, 가나아트디자인 등이 공동으로 [생활 속의 미술-2000캘린더 디자인전]을 개최한 것인데, 전시회 기간동안에는 2000년을 남보다 빨리 알고자하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캘린더는 생활의 작은 소품에 지나지 않지만 집안 어딘가에 혹은 사무실 책상 위에 하나쯤은 꼭 놓여지는 필수적인 물건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일년동안 애틋하게 사용한 달력을 훑어보면 일년의 세월이 큰 일에서 작은 에피소드까지 재미있는 기록들을 발견하기도 하며 이처럼 기능적으로나 장식적으로 시간을 일 단위, 월 단위로 시각화 할 수 있는 유일한 미술소품이기도 하다. 사실 캘린더를 처음 대할 때, 눈길을 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된 시각적 이미지이다. 그러나 좀더 유심히 들여다보면 시각적 이미지 이외의 날짜와 요일을 표현하는 문자. 숫자, 전체크기, 배열 등 이런 여러 요소들의 조화, 즉 캘린더 전체가 디자인의 결정체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에서는 주된 시각적 이미지 외에 숫자와 요일 등의 디자인에 더 많은 초점을 둔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띄었으며 특히, 지금까지는 캘린더의 재료로 사용되지 않던 새로운 재질의 종이들이 많이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생활 속의 미술-2000캘린더 디자인전]에는 벽걸이, 탁상용, 오브제 용도의 캘린더 50여종의 작품이 전시되었으며, 각 작품마다 개성과 미술기법이 독특하고 뛰어나 관람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한아름 선사했다. 특히 전시회가 진행되던 15,16일에는 국내의 200개 기업을 선정, 관계자들을 초대하여 전신투어를 중심으로 각 디자인 기획사의 책임 디자이너들이 각 사의 캘린더 디자인을 설명하게 함으로써 기업과 디자인 기획사의 연결을 유도하기도 했다. 생활과 밀접한 ‘캘린더’의 기능에 미술작품을 시각 이미지로 활용한 아트캘린더를 주제로 ‘대중적인 미의식을 반영한 안방의 미술관 역할을 할 수 있는 실용적인 디자인’을 보여주고자 했던 [생활 속의 미술-2000캘린더 디자인전]은 관람객들에게 아름다운 디자인의 캘린더를 보여줌으로써 2000년에 대한 밝은 희망과 기대를 안고 돌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전시 참여 회사
가나아트, 601비상, I&I, 홍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