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FOLIO GRAPHIC DESIGN- 601비상

 

PORTFOLIO GRAPHIC DESIGN- 601비상

 

1998년 6월 1일, 박금준 대표를 중심으로 새롭게 거듭난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 601비상은 ‘도야마 국제 포스터 트리엔날레’에 작품선정, ‘제9회 부르노 국제 그래픽디자인 비엔날레2000’에서 다섯 점의 작품 모두 우수작으로 선정, 올해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디자인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601비상이 추구하는 컨셉트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상징적인 언어로 응축되어 있는 오리지널리티의 추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오리지널리티’란 일방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상호 교통할 수 있는 함축적이면서도 강한 디자인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601비상은 동양제과의 캘린더를 5년째 계속 진행해 오고 있으며, <우리는 가족이다>의 출판 제작물, 스포츠 투데이 창간에 관련된 제작물,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과 산업자원부에서 주최한 ‘99한국 밀레니엄 상품 선정과 관련된 제작물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청와대에서 열린 최초의 디자이너 잔치인 ‘대한민국 디자인 경영대상’에서 수상 업계인 5개 회사를 각각 개성 있는 이미지로 표현해서 주목을 끌기도 했다.

“I can_나는…찬란하게 승리하였다” 제35회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 대통령상을 수상하기까지


 

작년 4월,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 공모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다. 작품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목을 조였던 듯한 느낌을 기억한다.
결국 광고주와의 일정으로 공모전 마감일까지 4일을 꼬박 새는 바람에 아이디어 발상은 커녕 썸네일 조차 못해보고 접어야 했다.
내년에는 작품을 꼭 내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했었는데 어느새 일 년이 지나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 공모가 나붙었다.
바쁜 회사 업무를 제쳐두고 자기개발을 내세워 공모전을 준비한다는 일, 그건 어느 회사에서도 이해해주지 못할 것이다. 물론 2가지
일을 모두 잘 해낸다는 것이 무척 힘들겠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는 회사 임직원들의 분위기에 힘입어 이번 공모전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 작업을 같이 한 민명선 씨는 금강기획에서 광고 디자이너로 수년 간 일해오면서 최근 601에 합류한 유능한 크리에이터다.
사실 민명선 씨와는 대학 재학 중에도 제일기획 광고대상에 같이 참여하여 기획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돈독한 파트너쉽이 이번 작품에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같다. 어떤 브랜드로 승부할까? 공익광고나 문화 관련 캠페인은 어떨까? 우리는 서두부터 혼란의 벽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우선 작년에 KIDP원장상을 수상한 ‘601비상’ 정종인 씨의 작품이 나이키였기 때문에 나이키로 결정했다. 일단 많은 기초 자료가 준비되어
있었고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이 생겨 이번 공모전 뿐만 아니라 해외 공모전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자료 조사 중 “Just do it”이라는 기본 컨셉 외에도 “I can” 이라는 태그 라인을 개발해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강조하는 전략을 생각해냈다. 이런 광고 전략의 연속선상에서 접근해 볼까, 아니면 전혀 새로운 뭔가가 없을까? 기존 스포츠 마케팅 관련
자료를 모으고 여러 가지 브레인 스토밍, 썸네일을 해보기를 며칠…. 정말 며칠 밤낮을 고민했는지 모른다. 머리를 식히기로 했다.
바로 회사 앞이 홍익대, 두 사람이 같이 대학원에 재학 중이어서 자연스럽게 홍익대로 향하게 되었고,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멍하니
농구에 몰두하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들은 낡은 것들이었다.
낡은 공? 닳은 공? 공이 터진다? 뭔가 희망이 보였다. 그런데 희망도 잠시 나이키에서 농구공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타당성이 없었다.
광고에 설득 논리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터진 공을 통해서도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이키 정신과도 일맥이 통한다.
뭔가 큰 것이 터질 것 같은데 한 번 확인해보자. 본사로의 전화, 불친절한 전화매너,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하고 기분 좋은 사실은 나이키에서
축구공과 농구공이 여러 가지 모델로 출시되었다는 것이었다. “고맙습니다.”
축구공과 농구공을 키 비주얼로 등장시켜 닳고 닳은 공의 모습에서 나이키라는 로고는 지워졌어도 가슴속에 우리의 의지는 불타고 있고
정신은 살아있다는 얘기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딘가, 무엇인가 빠진 듯한 느낌. 바로 긴장감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공을 발로 찼는데 터져버렸다’는 그 순간의 긴장감을 연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홍익대 체육관에서 얻어 온
그 닳아진 농구공에 비등할만한 축구공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이키 축구공을 구입해서 사포로 문지르고 황토에 흙을 바르고 해서 강제적으로
닳은 모습을 만들려 했으나 오랜 세월 닳아진 농구공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다가 오래된 축구공을 어렵사리 구해서 촬영에 성공했다.
레이아웃 또한 만만치 않았다. 터져버린 축구공과 농구공의 비주얼을 이쪽, 저쪽으로 배치해 보고 크기를 조절해 보아도 긴장감이 조성되질 않아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바람 빠진 농구공, 축구공의 모습과 사선으로 배치된 카피와 나이키 로고만으로, 오랫동안 함께한 닳고
닳은 나이키의 공은 결국 터져 버렸지만 그와 동시에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더욱 더 불타오르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즉, 나이키는 터졌지만 스포츠 정신은 살아 있으며, ‘나이키는 곧 희망’임을 형상화한 비주얼이라 할 수 있다. 바람 빠진 공 표면에 나이키의
심볼이 보일 듯 말듯 어렴풋하게 보임으로써 그 동안 숱한 감동의 순간을 이 공이 함께해 왔다는 것을 포스터 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또한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카피를 공 옆에 사선으로 배치시킨 것은 경기장의 보드 라인을 형상화한 것으로, 경기장의 심볼이라고 할 수 있는
선과 공, 그리고 반대편의 나이키 로고가 팽팽하게 대치하면서 긴장감을 연출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터진 공과 함께 박수를 치며 새 희망을
얘기하는 것, 터진 공과 함께 이제 나의 신화를 이룰 것임을 맹세하는 카피와 공 비주얼은 스포츠에 대한 집념과 의지를 그 어떤 리얼한 모습보다
강렬하고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번 나이키 포스터의 핵심 포인트는 인식의 전환이다. 공이 터져버렸다는 네거티브한 접근이 코치님의 박수소리로 연결되면서 극적 효과로
반전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내용의 카피를 운동 경기장의 보드라인을 연상시키기 위해 사선으로 배치한 타이포 그래픽 처리 방법이나 본문 카피를
중심으로 양쪽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극대비의 레이아웃, 그리고 여백은 코치님의 박수소리가 들려오기 바로 0.1초전의 긴박한 상황이라는
그래픽의 섬세한 표현이 어필한 것일까? 상당한 운도 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존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의 풍을 과감히 탈피하려는
의지가 반영되었다는 사실이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아닌가 싶다. 사실 시각부문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그 인식이나 규모에
비춰볼 때 흔치 않은 일이다. 더구나 포스터로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35회 역사 동안 2번째의 일이다.
과감하게 기존의 형식에 반하면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는 심사평을 들었을 때 자기 확신을 갖고 작업하는 것이
정말 소중한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최근 601비상의 좋은 결과들, 도야먀 국제 포스터 트리엔날레와 부르노 국제 그래픽 비엔날레,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 최고의 권위지인
<그래피스 포스터 애뉴얼 2000> 등에 작품이 선정(4년 연속 8작품 선정)되었던 성과들도 나를 채찍질한 스승의 역할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