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 <2note:시간 공간>의 진행-601비상
601비상에서 이번에 발간한 <2note:시간 공간>은 한 마디로 간단히 정의하자면 일종의 낙서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 관한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기록과 함께 사회.문화적인 힘과 틈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따라서 책의 서두에 정의되어 있는 것처럼 <2note:시간 공간>에 담긴 낙서는,
시간을 채우는 공간의 낙서이자 공간을 메우는 시간의 낙서이다.
601비상에서는 주로 컨셉트가 명확한 프로젝트를 담당해 왔다. 그 컨셉트는 멀리 있거나 어렵고 난해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 그것을 관찰함으로써 도출된 것들이다. 가족간의 작은 이야기를 담은
<우리는 가족이다>와 601비상의 마크를 각기 다른 개인이 재해석한 <601아트북>,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표정을 담은
<표정에세이>와 삶의 여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 삶의 쉼표> 등이 그러하다. 601비상에서 5년 째 작업해 온 동양제과의
캘린더가 갖는 주제도 언제나 자연과 환경, 그리고 가족이었다. 이처럼 삶과 일상, 환경, 따뜻함과 여유는 601비상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테마이기도 하다.
601비상의 낙서와 이화여대의 낙서가 만나다.>>
<2note:시간 공간>도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601비상팀은 어느날 우연히 주차 금지 표지판이 상당히 다채로운
특징을 지내고 있음을 발견했다. 손으로 삐뚤빼뚤하게 쓰여진 모양이나 현란한 스프레이의 색상, 다양한 표현 기법 등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여러 가지 표지판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막연한 아이디어였지만 그것들을 발전시키면
상당히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낙서에 대한 가장 1차적인 접근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2000년 10월 12일, 601비상에는 뜻밖의 손님들이 찾아왔다. 이화여대에서 시각디자인과 4학년 학생들이 그들의 낙서장이자
오병권 교수의 지도 아래 이루어진 [그래픽 아트]에 관한 수업 결과물이기도 한 내용들을 책으로 엮어 출간하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601비상에서 이 책의 출간을 맡아주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이렇게 해서
601비상과 이화여대 학생들이 낙서라는 주제로 만나게 되었다.
내가 살아가는 모든 시간과 공간은 낙서다.>>
601비상은 10월 16일, 이화여대 학생들의 낙서장을 취합하여 내용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우의 수를
두어 기획 방향을 찾아보고 고민하던 중 11월 27일, 가닥이 잡혔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낙서로 끌어안아 보자는 것이었다.
보통 낙서라고 하면 아무렇게나 그려진 그림이나 글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낙서는 우리가 먹고 잠자고 생활하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든 행위와 장소, 시간에 관한 내용이었다. 결국 이 낙서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며
삶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12월 7일, 이화여대 학생들과 601비상의 디자이너, 기획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미지를 취합하고 모으는 실질적인 진행은 이화여대 학생들이 맡기로 했다. 그리고 601비상은 이미지를 다듬고 살을 붙여
책으로 내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당하기로 했다. 12월 13일, 이화여대 학생들은 각계 각층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공간을 필름에 담았다. 드럼을 연주하는 가톨릭 신부, 자유분방한 춤을 추는 현대 무용가, 노련한 화가와 영화 간판을
그리는 사람, 소집 해제 후 직업을 구상하는 공익 근무 요원 등 실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또한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는 나무들과 텅 빈 교실의 한 쪽 벽면을 메우고 있는 창문, 거리를 걷다 문득 카메라 앵글에 잡힌 표지판과 전경 등 학생들
나름대로 시간과 공간, 낙서의 이미지를 표출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눈에 들어오면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러 댔다. 12월 26일,
학생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취합된 자료를 가지고 601비상으로 모였고 12월 28일, 1차 자료 수집분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
두번째로 자료 수집작업은 2001년 1월 12일에 완료되었다. 1차 자료 수집 때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충하였고 학생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낙서의 흔적들을 긁어 모았다. 어릴 때 썼던 일기와 그림, 누군가로부터 받은 편지와 추억이 새겨진 사진들이 하나
둘 모였다. 이와 동시에 601비상 내부에서도 디자인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는 자료들을 수집하여 생산을 시작했다. 1월 15일부터는
자료 선별 작업에 들어가 2월 2일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이 무렵 1,2차 이미지 자료 선별 작업과 동시에 시작된 3차 이미지
수집도 거의 끝이 났고 이렇게 모인 컷들이 모두 5,000여 컷이나 되었다. 5,000여 컷 가운데 1,700여 컷 정도를 골라 내어 2월 7일,
디자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미지를 붙이고 떼어 내고 확대하고 축소하면서 1,700여 컷의 이미지를 117개 프로젝트로 재구성했다.
이렇게 완성되어 가는 프로젝트에는 각각 필요한 카피가 덧붙여졌고 2월 16일, 책의 제목이 <2note:시간 공간>으로 확정되었다.
117가지로 재구성된 프로젝트는 총 9개의 주제 아래 다시 묶였다. 틀(Frame),나(Myself),틈(Space), 님(Dear), 끼(Talent), 몸(Body),
길(Street), 꿈(Hope), 힘(Power) 등 9개의 주제 이미지들은 때로는 모호하게, 때로는 정직하게,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무게 있게
제 역할을 찾아 갔다. 2월 22일, 최종 작업이 완료되었다. 그리고 2월 23일 필름이 출고되었고 인쇄를 거쳐 <2note:시간 공간>이
3월 7일, 드디어 세상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117가지로 재구성된 프로젝트가 292쪽짜리 3종류의 크라프트지에 인쇄된 것이다.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2note:시간 공간>으로>>
<2note:시간 공간>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우선 자신의 소소한 생활사를 기록하는 Note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시간을 새겨 볼 수 있는 공간이 <2note:시간 공간>속에 있다. 이러한 Note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각양 각색의
이미지들이 모여 있는 Main 책자와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노트가 세트로 묶였다. 2라는 숫자 역시 시간과 공간을 상징하며
동시에 바로 두 개의 노트라는 뜻을 중의적으로 담고 있다. <2note:시간 공간>에 담긴 상징적인 이미지와 구체적인 이미지의
적절한 조화는 보는 이에게 한 템포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선사한다. 또한 각 장에 맞게 일정한 형식으로 들어가 있는
짤막한 카피들은 이미지의 성격에 힘을 실어준다. <2note:시간 공간>은 총2권으로 되어 있다. 한 권은 낙서 이미지들을 모아 놓은 것이고,
다른 한 권은 독특한 질감의 종이로 구성된 노트이다. 이 노트에 독자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낙서를 하면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것이 바로 <2note:시간 공간>이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가장 큰 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