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director- professional first view 박금준

 

Creative director- professional first view  박금준

 

박금준씨는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같은 학교 광고홍보대학원을 졸업했다. 쌍용그룹 홍보실에서 디자이너로 5년, 제일기획에서
아트디렉터로 5년을 근무했으며 정종인, 김한과 함께 ‘601비상’이라는 젊고 강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대외적으로는 디자인 서비스를, 자체적으로는 ‘디자인 정신이 살아 있는 책을 만들자!’라는 모토로 출판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가족이다><601아트북><표정에세이><캘린더는 문화다><내삶의쉼표><2-note>등 6권의 책을 출판했다. 그는 일상적인 것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를 즐기며, 소통과 교감 그리고 사물들이 가지는 각각의 표정에 관심이 많다.
‘601비상’의 회사 대표이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알 듯 말 듯한 직업을 가진 박 금준 씨를 만나러 갔다.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동양제과의 캘린더. 한 마리의 달팽이가 선명한 초록색 잎사귀에 싸여있고 다른 한 마리는 그 위에 올라가 있다. 그런데 웬 걸,
자세히 보니 스카치 테이프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달팽이로 둔갑한 스카치 테이프다. 아니 저건… 뭔가 심상치 않다. 알고 보니 그가 5년 째 작업하고 있다는 동양제과의 2001년 캘린더다.
면장갑으로 된 벼슬을 가진 닭과 연필깍기로 만든 코끼리, 카메라 케이스가 바둑이로 변해 있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우리가 흔히 놓치기 쉬운 것들을 잡아내고
거기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처음에 본 동양제과의 캘린더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글. 이정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보통 디자이너를 단계별로 나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직책이나 직급에 따라서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디자인에 관련된 모든 것, 기획에서부터 전반적인 과정을 다 총괄하는 역할을 합니다.
단계에 따른 의미가 있는 건가요?
단계적인 의미뿐 아니라 프로젝트 내에서 구분을 하기도 합니다. 만약, 책을 만드는 프로젝트라면 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누구고 아트디렉션을 하는
사람은 누구고 총체적인 크리에이티브디렉션을 하는 사람은 누구다, 이런 식으로요.
‘601비상’은 언제 오픈했나요? ‘601’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98년 9월1일 회사를 정식오픈 했습니다. 3개월 전인 6월1일은 회사를 만들자고 처음 모인 날이고요. 젊고 강한 디자인을 추구하는데, ‘젊다’라는 것이
감각적인 디자인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 있고,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최초에
모이기로 한 세 사람의 영문 이니셜을 십진법에 대입해 보면 무슨 숫자가 나올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숫자로 한번 해보고 싶은데, a를 1로 보고 b를 2로 보고
이런 식으로 죽 대입을 해보니까 ‘601’이 나오는 거예요. 서열 순으로. 야- 이거 ‘601’이 운명인가 보다 싶었어요. 거기에 보다 차별화되고 특색 있는 이름을
지을까해서 뒤에 ‘비상’을 붙인 거죠.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자체 브랜드 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대외 서비스 측면입니다. 대외 서비스라 함은 기업에서 일을 받아서
그 일을 대행해 주는 통상적인 디자인 업무 쪽이고, 자체 브랜드 개발은 출판 쪽이에요. 지금 6권의 책을 냈는데 ‘디자인 정신이 살아있는 책을 만들자’
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책을 내셨나요?
우리는 가족이다. 601 아트북, 캘린더는 문화다, 표정에세이, 내삶의 쉼표, 2-note 등 6권입니다.

보통 출판의 개념 그러니까 안에 텍스트가 있고 그것을 통해서 내용을 전달받는, 기존의 개념과 다르게 생각하시고 출판일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남들과 차별화 될 수 있는게 뭘까? ‘601비상’의 브랜드 가치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게 뭘까?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책들은 다른 곳에서도 워낙 잘 만들고 있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의 가치를 심을 수 있는 책, 특화시킬 수 있는 책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그러면 제일 처음 내신 책이?
<우리는 가족이다>. 가족의 일상사에 대한 거예요.
본인의 이야기를 처음 책으로 기획하신 이유라도 있으세요?
쉽게 할 수 있는 걸 찾았죠. 하하. <우리는 가족이다>라는 책을 만들기 전에 <우리는 가족이다>라는 제목으로 달력을 만들었거든요.
의뢰받으신 거예요? 아니면 개인적으로?
개인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제일기획에 근무할 때 너무 바빠서 가족도 잊어버리고 친구도 잊어버리고 일과 회사에만 얽매여서 살았는데, 나를 아는 사람들한테
뭔가 선물을 할만한 게 없을까? 하고 생각했지요. 잊고 지낸 은사, 친구들 그리고 날 알고 기억해주는 사람들한테 내가 지금 잘 있고, 살아있다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내 가족 얘기를 하자. 책으로 출판된 건 ‘우리는 가족이다’라는 제목이었지만 그때 당시 달력에 나온 것은 ‘박금준, 이정혜,
박재민-우리는 가족이다’라고 묶었죠. 가족의 일상사를 열두 달 달력으로 해서 사람들한테 보낸 거죠. 5개월에 걸쳐서 아내가 일러스트레이션을 하고 완성해서
12월에 발송을 시작했습니다. 별의 별 얘기가 다 있었죠. ‘왜 12월 달까지 밖에 없지? 너무 재미있는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좋은 기회였다’부터
시작해서 어떤 분은 집에 가져가지를 않아요. 집에 가져가면 사모님한테 혼날까 봐, ‘당신은 뭐하고 있어?’ 뭐 그런 얘기를 들을까 봐요. 팩스가 오고 편지도
오고 반응이 참 대단했죠. ‘601비상’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그것을 좀더 확대해서 책다운 책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의견을 직원들이 먼저 냈어요.
그래서 실험적이기도 하면서 ‘601비상’의 색깔도 넣을 수 있는 책을 만든 거죠.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결코 쉽진 않더라고요.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저희는 영업사원도 없고 출판 쪽으로만 본다면 환경도 열악해요. 하지만 이 일을 계속 하는 것은 출판이 가져오는 파장과 ‘601비상’의 브랜드
가치 때문입니다. 수익으로만 본다면 계속하기 어려운 현실이죠.
그때 ‘601비상’의 다른 분이 <2-note>란 책과 올해에 만든 캘린더를 가져 왔다 <2-note>는 종이로 만든 케이스 안에 책과 공책, 엽서가 들어 있었다.

<2-note>의 내용은 어떤 건가요?
낙서 이미지들이죠. 시간과 공간의 낙서 이미지,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에요. <우리는 가족이다>에서는 책의 형식을 불편하게 만들자고 출발했습니다. 책을 위로
넘기고 밀봉된 페이지를 뜯어보게 만들면서 흔한 일상사가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부각시켰다면 <601아트북>의 경우는 ‘파본처럼 만들자’라는 의도가 숨어
있었어요. 책 중간에 붙어있는 컬러칩이 앞쪽에서 뜯어서 붙인 거예요. 독자들이 처음에 책을 접했을 때 ‘어 이거 파본이다. 바꿔 달래야지’하고 했다가 인내를
가지고 보다 보면 해답이 나오는 거죠. 이 책을 만들면서부터 ‘책의 개념은 포장에서부터 출발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포장도 책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그러면 판매가 될 때 이렇게 포장이 된 상태로 판매가 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601’의 패키지가 독특하다는 그런 인식 때문에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번에는 어떤 패키지일지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어떤 사람은 도저히 아까워서 책 포장을 뜯기 어려우니 재활용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들도 있고요.
그렇다면 주 대상층은?
일차적으로는 디자인 전공한 학생들과 디자인 전공해서 사회에 나와 있는 분들이고,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까지도 포함됩니다.

처음에 출판하시려고 할 때 주 타켓을 그렇게 잡으신 건가요?
타켓층에 대한 분석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쪽에서 먼저 출발을 한 거겠죠. 저처럼 관련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면
‘어 이게 뭐지? 뭐 이렇게 비싸?’이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들 것 같거든요. 텍스트도 없고 어떤 이미지들만 있으니까.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당연히 텍스트가 있어야 ‘책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아트북 같은 경우는 무수한 비주얼 메시지가
있어요. 그것은 어떤 텍스트보다 큰 힘을 갖고 있죠. 어떤 독자들은 다른 책들이 내게 생각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쪽이라면 ‘601’의
책은 스스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 다음 작업이 <표정에세이>인가요?
아뇨.<캘린더는 문화다>예요. 제가 제일기획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캘린더를 담당했고, 지금 동양제과의 기업 캘린더를 5년 째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캘린더에 대한 생각, 시각이 남달랐습니다. 왜 한국에서는 캘린더가 기업의 중요한 홍보 수단으로 작용하지 못할까? 큰 돈 들이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굉장한 광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일본만 하더라도 캘린더가 기업의 이념이나 지향할 바를 담고 있으면서 10년이상
똑같은 소재를 가지고 그대로 끌고가고 있거든요. 심지어 어떤 미술관은 새를 주제로 해서 10년, 20년 계속 끌고 오는 거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오너가 이거 식상해, 이거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한마디면 소재를 바꿔 버려요. 자연히 캘린더가 기업의 색깔이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날짜를 보는 기능적인 면으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이 책 역시 많은 텍스트가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비주얼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프로세스를 경험하게 만들고. 4도 옵셋에 별색을
7도를 더 넣어서 총 11도 인쇄를 했어요. 아마 우리나라 책에 별색을 그렇게 많이 한게 전무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굉장한 인쇄실험을 한거죠.
책표지를 두종류로 만들어서 캘린더를 선택하듯이 독자들이 두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어요. 궁극적으로는 ‘캘린더는 먼저 선택되어져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두가지 표지를 만들었어요.
(자체 제작한 캘린더를 보고)보통 ‘캘린더’하면 별다른 생각이 없잖아요? 직접 참여하셔서 그런지 생각이 남다르신 거 같아요.
이건 자체 브랜드죠. 올해 판매한 건데 <자연의 눈>과 <어린왕자>두가지예요. 포스트카드(postcard)캘린더라 해서 달력을 엽서로 활용하게 만들었어요.
다음달이 되면 앞의 일부분을 뜯어야 되게끔. 누군가에게 엽서를 보내라는 강제성을 띠고 있으면서 소통의 꺼리를 만들어 주는 거죠. 같은 부분에
구멍을 뚫는 어려운 가공을 했습니다.
세 번째로 나온 책이 <표정에세이>인가요? 제가 좀 새로웠던 게 ‘상호소통’할 수 있는 책이라고 어떤 소개글에서 읽은 것 같아요. 보면서 그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사실 출판사는 책을 만들고 독자들은 사보고 그 정도 단계잖아요? 소감을 보내는 정도야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서 그런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궁금했어요. 아, ‘쌍방향 대화’라고 하셨던게 그걸 말하는 건가요?
<표정에세이>같은 경우에는 우리 주위에 무수히 많은 사물들 속에 각각의 표정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한테 말을 걸고도 하고 내가
시비를 걸기도 하는 과정 속에 있는데 그걸 모르고 무심코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표정에세이>는 바로 그런 것들을 모아 놓은 것이고요. 그 많은
표정 꺼리들을 모아 놓다 보니까 하나의 큰 힘이 되더군요.
특별히 일상성에 주목하는 이유라도 있으세요?
교감, 통로 이런 얘기를 하잖아요. 내가 디자이너이고 대학에서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은 사회 현상 내지는 문화 쪽에서 디자인을
발견하고 찾으려고 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어요. ‘창작’이라는 것은 뭔가 자신이 직접 그려내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너희들은 컴퓨터를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 컴퓨터가 너희들의 정신까지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라. 너무 익숙해 있기 때문에 별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찾아보자, 라는 평범한 생각에서 출발한 거예요. 생각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거죠.
평소에 작업할 때도 그래요. 특히 ‘동양제과’ 캘린더의 경우 우리 주변에서 버려지는 물건들을 재활용해서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거죠.
벌써 5년짼데, 내년도 고등학교 교과서 2종류에 6점이 실려요. 이러한 노력들이 소홀하거나 무심코 버려지는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금준씨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전공하시면서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겠다 그런 생각들이 있으셨을거 아니에요? 지금 생각해 보시면 어떠세요?
굉장히 철학적인 척 하고 다녔어요. 술도 많이 마시고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무심코 땅만 보고 다닐 때도 있고 멍하니 하늘만 쳐다볼 때도 있었고,
그런 행동이 지금 이것과 연결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몇 시간씩 얘기하고 술친구 많고 얘기하는 거 좋아하고 토론하는 거 좋아하고…
그때도 일상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관심 많았죠. 최근에도 황학동에서도 무모한 짓을 했잖아요. 몇 만원 주고 대여해서 촬영하면 되는데 굳이 큰 금액을 주고 사온다든지…
딱히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내가 쓰고 있는 내 공간에 대한 애착이 많아요. 이번 <2-note>에도 제가 10년 넘게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갔어요. 여기에서 출력을 보냈는데 에러가 나서 잘못나온거, 인쇄소에 갔는데 인쇄 사고가 나서 이상하게 나온 것들을 계속 수집하고
이런 것들이 언젠가는 쓰임새를 갖게 되는 그런 경우죠. 꽤 많이 들어있어요.
출판일은 재미있으세요?
예. 재미있어요.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시니까 가능한 일이죠.
다음 책 계획 잡으신 거 있으세요?
없어요. 철저하게 없어요. 하하. <2-note>하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좀 쉬었다가 하려고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 있으세요?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거 같아요. 늘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뭔가 새로운 개념을 찾아 보는 것은 계획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다만 ‘601’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과 대중성에 대한 고민을 좀 해야 되겠다, 생명력이 있는 것을 찾아 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
자신의 분야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는지.
늘 수많은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 판단들이 옳았으면 좋겠어요. 또 내가 낸 아이디어에 내가 놀라고 그 신선함이 오래 지속된다면 더할 나위 없죠.
더 노력해야겠죠.
보통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들도 다 발견 해내시는 거 같아요.
생각을 많이 해요. 이것저것 쓸데 없는 잡생각…술 마실 생각까지도요. 하하.

 

 

 

이 달의 그래픽 디자인- 601비상, 아이디어 소스북 <2note:>제작

 

이 달의 그래픽 디자인- 601비상, 아이디어 소스북 <2note:>제작

 

601비상(대표 박금준)이 이화여대 시각정보디자인과 오병권 교수의 ‘낙서’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과 현대무용가 안은미, 화가 신동헌 등 1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해서 함께 만든 <2note:>를 제작했다. 이 책은 5개월에 걸친 장기간의 기획과 아이디어 수집을 거쳐 수많은 사람들과 사물, 장소 등을
담은 사진을 담아 117개 프로젝트로 어울리는 그래픽적 이미지와 카피를 덧입혀 기획자와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아이디어 북으로
제작하였다. <2note:>에서 보여주고 있는 낙서는 총9개의 주제로 나누어진다. 이미지들은 틀, 나, 틈, 님, 끼, 몸, 길, 꿈, 힘 등 9개의 주제 아래 모인
것들이다. <2note:>에 담긴 낙서는 거창하지 않은 일상이며 사회, 문화적인 산물로 평면적이었던 낙서의 개념에 시간과 공간을 담아 입체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9개 주제 아래 모인 상징적인 이미지와 구체적인 이미지의 조화가 돋보이며 각 장에 따라 일정한 형식으로 들어가 있는
짤막한 카피는 이미지의 성격에 힘을 실어주고 입장을 분명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밥 먹는 것, 옷 입는 것 이 모두가 편집이다/ 박금준

 

<special issue- 디지털 시대의 편집 디자이너> 밥 먹는 것, 옷 입는 것 이 모두가 편집이다/ 박금준

 

과거와 비교해 볼 때 모든 면에서 있어서 마치 가속도가 붙는 것처럼 변화의 속도가 무척 빨라지고 있으며 이것은 디자인계, 편집 디자인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최근 웹이라는 매체가 새로 등장함에 따라 기존의 많은 편집 디자이너들이 웹 디자이너로 대거 이동하고 있거나
이를 병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재의 편집 디자인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제는 용어를 새로 정립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코그라다 교육 선언에서는 ‘그래픽디자인’이란 용어가 기술적으로 그 실천 영역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시각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으로 고쳐 불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편집디자인’이란 용어는 반대 성격이라고
보면 된다. 인간의 정신적 활동 자체가 ‘편집’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편집디자인이란 용어로 제한된 전문 영역을 가리키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일정을 세우는 것, 밥 먹는 것, 일기 쓰는 것, 옷 입는 것 등 모두 편집 아닌가. 시각을 디자인 분야로 좁혀봐도 마찬가지다. 웹이든
영상이든 매체와 기술, 용도가 다를 뿐 모두 같은 행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다시 현재 우리가 의미하는 범주의 ‘편집디자인계’로 돌아와서
얘기해보자.
많은 디자이너와 웹 세계로 진출하고 있고 편집 디자인을 꺼리는 추세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원해서 웹 디자인을 한다는데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쪽으로 많이 몰린다고 해서 그걸 막을 필요도, 부추길 필요도 없다.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 아닌가. 분명한건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편집능력’은
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위축된 편집 디자인계가 이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즉 편집 디자이너들이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편집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요구되는 자질은 무엇인가?

 

디자인분야에도 트렌드가 있는 것 같다. 몇 해 전에 편집 디자인 붐이 일었고, 그 다음 영상 디자인 붐, 그 다음 웹 디자인, 그다음은 또 뭐…하는 식이다.
사회의 큰흐름에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빠트려 같이 휩쓸려 다니다가는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고 매순간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때마다 무의식적인 결정은 물론이고 모든 이성을 동원해 선택을 하게 된다. 이렇듯 사소한
모든 일부터 중요한 것까지 생각하는 데에 필요한 것이 바로 철학이다. 칸트나 헤겔과 같은 차원으로 고민하라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기 생활과
가장 밀접한 생생한 철학, 살아있는 철학을 하라는 얘기다. 나아가야 할 방향,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 필요한 자질 등은 모두 철학 즉,
‘생각하는 능력’으로 통한다. 결국 편집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질은 가장 기본적인 생각하는 능력이며 이를 키우기 위해 독서와 사색, 놀이,
다양한 경험 등이 도움이 될 것이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편집 디자인 리더의 한 사람으로서 디지털 시대에 보다 경쟁력이 있는 디자인의 한 분야가 되기 위해 편집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편집 디자인이 가진 영역의 특성을 잘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즉, 편집 디자인이 아니고서는 도달 할 수 없는 지점을 찾아내야한다.

편집 디자인의 최종 결과물은 인쇄물이라는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물성’이라는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601비상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작업해 오고 있는

아트북도 같은 선상에 있다. 종이의 질감과 냄새, 그 위에 얹힌 다양한 잉크의 조화, 이러한 것들이 엮어내는 정신적 총체로서 책이 탄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