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최고의 타이포그래피.

 

추석전쯤 고향집에 갔는데 이 편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내용인즉 요사이 너무 어려워서인지 사과가 잘 팔리지 않아

이 글 보시는 선생님, 사모님께서 우리집 사과 조금만 도와달라는

어떤 농부아저씨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러고나서 추석이 지난지도, 태풍이 지난지도 한참인데.

과연 이 농부아저씨. 그리고 우리나라의 농촌은 무사하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런게 농사. 라면 정말 어려울것 같고… 그래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이렇게 책상에 앉아 이정도의 이야기밖에 할 수 없는 제가 죄송하기도하고요.

음.

저는 인연이라는걸 굳게 믿는데.

요사이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그리고 이 농부아저씨의 편지…

오늘에서야 저와 만나게 된 데에는 어떤 알 수 없는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해봅니다.

허헛.

어느새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렀군요.

잘은 모르지만 우리 곡식 우리가 열심히 먹고

풍년되어라,고 다같이 기도하면 참 좋을것 같습니다.

하늘 높은 가을인데,

그 하늘 다 같이 나누어야지 않겠어요.

 

내가 만난 최고의 타이포그래피.

아마 마음으로 말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느 농부아저씨께 배운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뭔가 다르게 한다는 것, 다르게 하면서도 잘한다는 것…

 

뭔가 다르게 한다는 것, 다르게 하면서도 잘한다는 것…
-‘601비상’아트북, 예술지향적 디자인 그룹

 

조용하고 인적드믄 서교동의 주택단지에 간혹 디자인을 공부함직한
학생들이 기웃거리며 찾아오는 건물이 있다. 형식과 형태가 남다른
상징적 언어와 비주얼적 이미지로 강한 디자인 정신이 살아있는‘아트북’으로
주목받고 있는 ‘601비상’의 사옥이다. 주택을 개조한 사옥은 지하의 전시실과
지상 이층의 아담한 공간이지만 4.5층의 건물을 둘러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일까?… 돌아와 생각해보니 사옥 앞의 주차장도, 마당 왼쪽에 세미나나 워크샵,
공연을 한다는 나무 바닥의 공간도 각각의 독립된 공간으로 색이 뚜렷했으며,
같은 층에 위치했지만, 디자이너들의 공간의 사무실 분위기가 강한 반면 창호지를
발라놓은 큰 문이 있는 박금준 대표의 방은 또 다른 공간으로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었고, 오랜 시간 머무르지 않았는데도 각 공간에대한 이미지가
선명하게 기억되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크리에이티브집단 ‘601비상’의
이미지구나 생각되었다.
작은 부분을 차별화된 색과 컨셉으로 살려내는 것, 같은 것을 반복하지 않고,
각기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 오로지 창의적이고 더 나은 것을 위한
예술지향적인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
‘(주)오리온과 삼성어린이 캘린더’, ‘대교의 교육컨덴츠’개발, 아트북
‘내 삶의 쉼표’등을 디자인 해오고 있는 601비상의 남승연팀장은 조금은
어울하고 흐트러진, 순수하고 포근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원한다고 한다. 캘린더 디자인의 경험이 많은 남승연팀장에게 변화하고 있는
캘린더에 대해 물어 보았다.
외국 캘린더 디자인의 경우 하나의 컨텐츠로 10년 넘게 이미지를 전달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는 못하지만, 캘린더가 날짜를 확인하는 달력의
역할 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동화책, 명화감상의 기회 등 다양한 역할로 확대
되어지고 있는 곳 또한 사실이다. 교육적인 것, 정보를 줄 수 잇는 것, 미적인
아름다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스토리 있는 작업으로 하여 한달이 넘어도 지겹지
않은 캘린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남승연팀장은 개인적으로 앞으로는 색다른
그립과 종이, 판형, 서체가 자유로워서 많이 느낄 수 있는 동화책과 한국적인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소장하고 싶은 601비상의 아트북 중에서 ‘내 삶의 쉼표’를 들여다 보았다.
누군가 한 템포 쉬어가라며, ‘쉼표’를 선물한다면? 일상에서 여유로움을
선물해주기 위해 이 책은 기획되었다.
이 책에 디자인적 요소들은 여기저기 숨어있다. 느낌을 잘 살려주는 시적인
타이포그라피, 낡고 오래된 느낌의 재생지로 된 표지엔 일일이 사람이 도장으로
찍은 제목, 본문에 나오는 그림으로 엮은 씰은 마치 크리스마스 씰 처럼 따뜻한
마음을 전해준다. 그 뿐 아니라 주위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이 생활의 한
쉼표라 생각하여 재생지로 된 3장의 엽서를 넣어 놓았다. 이 모든 디자인적 요소를
수작업으로 진행한 정성과 애정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수고를 거침없이 계획하는
‘601비상’의 디자인이 우리나라 디자인계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WHAT’S NEW

 

<601아트북프로젝트2003 공모전 당선작>, 디자인:601비상

 

독특한 시각에서 출발해 상징적인 언어와 비주얼 이미지를 응축해 메세지를
전하는 601디자인이 독자공모전에서 당선된 당선작들의 작품집을 냈다.
276편의 응모작중 금상없이 은상이 두명.

601ART BOOK PROJECT 2003전

 

지난 8월 9일 서교동 601비상에선 ‘601ART BOOK PROJECT 2003’공모전
시산식을 겸한 수상작 전시가 열렸다. 독특한 시각에서 출발하여 향식이나 형태까지
차별화된 책을 발굴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공모엔 총 276 작픔이 출품되었다.
아쉽게도 대상 수상작은 나오지 않았고 은상 두점과 동상 네 점만이 본상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엔 최종 심사에 오른 스물다섯점을 포함해 총 31점이 전시되었고, 이 전시는
9월 20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갤러리는 글과 그림이
만들어내는 시적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장이 되었고, 관람객은 전시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아름다움을 담은 책이 주는 매력에 빠졌다. 전시 오픈일에 진행된 시상식은
자유롭고 유쾌한 분위기였고, 작지만 재미난 목조 의자가 상패로 수여되었다. 또한
시상식 후에는 북 아티스트 최영주의 아트북 강의가 이어져 이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갤러리와 통로를 가득 메웠다.

601 ARTBOOK PROJECT 2003

 

책의 형태는 갖추었으나 아트의 관점에서 사 줄 것이 없는 작품들!
아트와 북이라는 다소 충돌적인 두 솔루션의 융합에 실패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점은 정말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아트와 북은 결코 양립 불가능의
개념이 아니다.물론 두 개념의 독창적인 조화를 위해서는 충돌로 인한
서로간의 파괴도 아니요,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을 통한 이도저도 아닌 중도가
아니라,작가적 정신에 입각한 창조정신이라는 어려운 숙제가 필요하겠지만,
이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명이 아닐까?-심사소감 중 발췌
※금상 해당자 없음

[Silver]

Violet |최서진 |350 ×500 ×25mm
실제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상상 속의 이야기를 문학이나 미술의 장르 구
분을 초월해 표현하고 있다.“목에 난 머리가 주인공의 머리를 먹고 몸을 차
지하고 주인공의 머리는 뱃속에서 몸이 자라나 다시 태어난다 ”는기본줄거
리를 가지고 있다.이것은 내면의 자아분열을 의미하는데,유전공학이 발달한
이 시대의 관점에서는 자아와 클론의 관계를 투영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내지의 일러스트는 동판으로 제작했으며 외형의 털과 스웨이드로 제
작된 소재,그리고 보라색의 느낌이 결합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
다.그림책의 형식을 차용했으나 그림책이 가진 기존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부조리와 비논리성을 추구한 작품이다.

남산에 오르다 |장혜은 |260 ×185 ×24mm
이 책의 컨셉은 ‘다르게 보기 ’이다.책의 아이디어는 사실 가장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출발했다.지하방이라는 막힌 공간에서 문득 하늘이 보고 싶다는
작은 욕망 하나로 남산에 올라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던 일상의 경험을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화의 과정을 거쳐 ‘다르게 ’표현했다.작가는 “이 책의
첫 장을 열어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남산에 오르는 즐거움을 한껏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그럼으로써 이 책의 독자가 서울만이 가진 또 다른 하늘,서울
야경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것 ”이라고 제작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아울러 남산에 오르는 과정을 네비게이션(Navigation)으로
표현한 것도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다.

601 아트북 프로젝트 2003 공모전

 

601비상이 주관한 601아트북 프로젝트 2003의 시상식이 지난 8월 9일에 있었다.
기발하면서도 창의력이 넘치는 젊은 아이디어의 경연장이었던 이번 공모전의
시상식은 북아티스트 최영주 씨의 쎄미나와 함께 진행되었다. 수상작들은 2003년
8월 9일부터 9월 20일까지 601비상 갤러리에 전시된다.
이번 601비상의 아트북 프로젝트 2003에는 모두 276점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금상 수상작은 없고, 은상 2점, 동상 2점 및 다수의 파이널리스트가 선정되었다.
‘독특한 시각에서 출발한 형식과 형태의 차별화’‘살아있는 디자인 정신’
‘독창적인 메세지의 전달’을 기준으로 선정된 이번 수상작들은 특별한 책,
예술지향적인 디자인총합체로서 아트북의 개념을 보여준다.
601비상의 박금준 대표는 이번 은상 수상작으로 결정된 두작품을 ‘아트적 감각을
겸비한 현실성 있는 한 권의 책’으로 평가하며, 이번 응모작들의 가장 큰 특징이
도무지 내용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하고 독특한 형태라고 말했다.
석판화, 콜라주, 펜글씨, 드로잉 등 각기 다른 색깔과 향기를 지니고 있는 이번 공모전의
수상작은 박금준대표와 김나래(북아티스트), 김이금(도서출판 열림원 주간), 배준영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즈 국장)의 심사로 결정되었으며, 해외의 각종 어워드에
출품하게 된다.

글|최문영 객원기자(smilecm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