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디자이너 601비상, 박금준.

 

601비상.박금준.
올해로 디자이너 20년, 601비상 10년이 되었다는 박금준 601비상 대표는 ‘박금준답다’ ‘601답다’라는 말에
목숨거는 천상 디자이너다.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에서 601비상이 차지하는 지점은 좀 특별하다.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외에도 디자이너 스스로 클라이언트가 되어 자가 발전하는
콘텐츠생산에 누구보다 열심이며, 치열하게 고민한 아트북 프로젝트를 통해 601비상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성과를 이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좋은 클라이언트까지 만들어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중이다.
인터뷰/김신 편집장, 정리/전은경기자, 인물사진/박기숙(둘 스튜디오)

 

프로필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광고홍보대학원에서 광고 홍보를 공부했다. 쌍용그룹 홍보실,
제일기획을 거쳐 1998년 601비상을 설립했으며,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제81회
뉴욕아트디렉터즈클럽 골드 메달, 2007년 레드 돗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수상했다.

 

올해로 601비상이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올해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닐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올해가 디자이너로 살아온 지 20년째고, 회사도 10년 되고 해서 지난 1월에 시무식을 하면서 멋지게
10주년을 기념하고 싶어 그럴듯한 계획을 그려보긴 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거창했던 계획은 수그러들고
말았지만요.(웃음)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이라면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전 직원이 금강산 여행을 떠난 일이었습니다.
창립 메시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구룡폭포에 가서 자신의 메시지를 하나씩 적는 행사를 했는데요, 저는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함께 같은 길을 가는 동무, 뜻을 같이 하고 실천하는 동지라는 뜻에서 “우리는 동무다. 우리는 동지다.
우리는 601이다”라고 적었지요. 10주년 행사는 거기서 그렇게 마무리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쉽기도 하지만 그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과 어울려서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가오는 10년도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해야겠죠.

 

창립 메시지의 핵심이 무엇인가요?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 뭔가 다르게 한다는 것, 다르게 하면서도 잘한다는 것.’이게 핵심입니다.
특히 디자이너들이 이 메시지에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1998년 601비상을 시작하면서 만든 것인데,좀 투박하고 덜
정리되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이 제대로 녹아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601비상이라는 회사명에 관해 전화번호, 사무실 번호, 창립 기념일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회사 이름을 그렇게 지은
다른 뜻이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사무실이 601호냐, 리바이스 601 라인이 나오냐, 어린 왕자가 살고 있는 혹성이 601이냐고 묻거나
심지어는 정부의 비상 기구가 아니냐고 전화를 걸어 오는 사람도 있었어요. 실은 6월 1일은 저와 정종인, 김한
세 사람이 창립 모의를 한 날이에요. 그렇지만 601을 회사 이름으로 정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느 날 제 성의 영문 이니셜 P와 정종인, 김한의 영문 이니셜 J, K를 십진법에 대입했더니 우연인지 운명인지 601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601로 낙점했고, 젊고 컨셉추얼하고 실험적인 느낌이나는‘비상(飛上)’이란 단어를 붙여
크리에이티브 집단을 표방하는 601비상이란 이름을 지었습니다. 심벌의 삐딱한 삼각형은 평범한 안주, 안이한 타협을
거부하는 601정신을 의미합니다.

 

김한 실장님은 나중에 독립해서 7321이란 문구 브랜드를 시작하셨죠?

네. 4년이 지난 뒤 김한 실장이 독립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땐 사실 많이 섭섭했지만, 주변의 경영전문가들에게 물어봤더니
지금 독립하는게 좋다는 조언을 해주더군요. 그래서 회사의 자산을 3등분해 지척의 거리에 독립시켰고 지금도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쌍용그룹 홍보실에서 5년 동안 근무한 뒤에 제일기획으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그 이후에 601비상을 시작하셨는데,
언제 독립을 해야겠다고 느끼셨습니까? 5년 주기에 관한 말씀을 많이하시던데 혹시 그것과 관련이 있습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에게 거는 어떤 주문이자 압박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너무 늦기 전에 긴장감을 가지고
목표를 만들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대학 은사께서 저를 쌍용그룹 홍보실에 추천하시면서 5년은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셨는데, 몇 번의 벗어나고픈 고비를 겪으며 5년만 참자고 다짐했죠. 그래야 기본은 한다고 생각했어요. 5년이란
시간은 변화를 꾀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으로 여겨집니다. 그렇게 5년째 되던 해 12월 31일 종무식을 마치고 제일기획으로
옮겼습니다.제일기획에서 역시 5년 동안 근무하였구요. 10년간의 직장 생활을 끝낸 뒤 1998년 독립했는데 물론 두렵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야겠다 마음먹었죠. 돌이켜보면 쌍용그룹 홍보실에서의 5년은 기본을 다지는
시간이었고, 제일기획에서의 5년은 좋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미약하나마 존재를 드러낸 때였고, 601비상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디자이너로서 자기 브랜드화를 시작한 셈이죠.

 

601비상은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로 늘 꼽히곤 합니다. 왜 디자이너들이 601비상에서 일하고 싶어 할까요?

언젠가 직원들에게 같은 걸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601비상의 독특한 색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고
신뢰가 바탕이 된 인간미, 대외적인 디자인 활동, 특색 있는 공모전 개최 같은 얘기들을 하는데 다들 좋은 말만 해준 것
같네요.(웃음) 물론 디자인계에서 독특한 색을 유지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들과 더불어 올곧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601비상 하면 2003년부터 시작한 아트북 프로젝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디자인 회사가 주최하는 공모전
이상으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디자인 회사가 스스로의 예산으로 공모전을 주최하고 또 그것을 지속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힘이 아트북 프로젝트를 지속시키는지, 그리고 지금까지의 성과가 궁금합니다.
남들이 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601비상만이 가질 수 있는 독자적인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다가
아트북 출판을 하게 되었고, 이후에 아트북 공모전을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앞뒤 재지 않고 우선 일을
저지르고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실 아트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고 힘든 일이라는 걸
알았다면 시작도 안 했을 거예요.(웃음) 다른 공모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끔 홍보한 다음 시상식을 하고 끝내면
되는 일을 너무 어렵게 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아트북 프로젝트가 아트북 장르 운동으로 확대되고 산업으로 연결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어쨌거나 이 과정에서 교육적인 역할도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수상자들 모두의
사진도 찍고 인터뷰를 하면서 텍스트를 만들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출판합니다. 처음엔 아트북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출품작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토리텔링과 콘텐츠 중심으로 성숙해가고 있어요. 또 아트북 프로젝트 카탈로그와
포스터는 뉴욕페스티벌, 뉴욕 TDC, 원쇼, 레드돗, iF 등에서 수상했고요. 2006년에는 아트북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601스트리트라는 문구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수상자들도 많이 참여하게 되는데, 그게 또 좋은 프로모션 기회가 되지요. 우리회사의 채용 인터뷰를 해보면
‘아트북 프로젝트 같은 일을 하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아트북 프로젝트는 601비상이 하는 일의
5%도 안 되는데, 해외에서 상도 받고 소개도 많이 되니까 외부에서 보면 그런 폼 나는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아무튼 이 공모전은 성과보다는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을 많이 느끼게 되는 그런 프로젝트 입니다.

 

아트북 프로젝트가 하는 일의 5%도 안 된다고 하셨지만 돈이 생기는 일은 아닙니다.
매년 7000~8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실 너무 힘들어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지금 와서 포기하면 무책임하잖아요? 그래도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세요. 고맙게도 종이와 인쇄를 지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금전적인 이익은 없지만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2002년 뉴욕아트디렉터스클럽에서 <2note: 시간.공간>이라는 책으로 골드 메달을 받으셨습니다. 이 외에도 클리오,
잡지 <I.D.> 애뉴얼, 레드돗, iF 등 내노라하는 국제 디자인 대회의 수상 경력이 화려합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디자인 흐름 속에서 나를 확장하고, 더 큰 생각을 만들어가는
자극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601비상의 디자인이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실험해보는 기회이기도 하지요.
해외의 여러 잡지와 단행본에 소개되어 601비상을 국제적으로 홍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유명 전시회에 초대도 받고
아트북 프로젝트의 해외 출품자가 늘고 있습니다. 요즘은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도 출품을 하고 인턴을 지원하는
프랑스인도 있었어요. 우리와 일하면서 나중에 한국에 사무실을 내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요.

 

601비상은 속된말로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과 크리에이티브를 위해 자가 발전하는 프로젝트를 균형감 있게 진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과 주체성에 대한 고민을 늘 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관심과 601비상의 방향성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싶네요. 우리 스스로가 클라이언트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오히려 더 엄격한 과정과 품질을 스스로에게
요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로서 살아 있는 기운을 느끼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되지요. 자연스럽게 601비상을
대외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요. 이렇게 주체적인 프로젝트의 선순환은 클라이언트와의 좋은 연결 고리도
됩니다.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7년에 한 번씩 클라이언트의 구애를 받지 않는 실험의 해를 갖는다고 하던데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가 클라이언트가 되는 자체 프로젝트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습니다. 매년 진행하는 아트북 프로젝트,
비정기적인 아트북 출판 관련 프로젝트, 한글 문화 상품, 601스트리트 등이 있고 자세히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30%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30%라면 꽤 높은 비율입니다.

정확히 따져본 적은 없어서 조금 조심스럽네요. 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이 주 업무인데 제 체감으로는 601스트리트를
포함해서 30%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요.(웃음)

 

601비상 하면 왠지 예술적이고 흔히 말하는 감성적인 디자인을 많이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박금준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감성 디자인은 무엇입니까?

디자인의 정의를 말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데요, 제 생각을 말씀 드리면 따뜻함, 인간다운 냄새, 본질적인 것, 솔직하게
담아내는 것, 교만하지 않는 것. 이런 게 아닐까요. 트렌드가 아니라 생활이어야 하는 것들. 그리고 반대되는 것들에
대한 관심에서 생성되는 서로 다른 문화,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를 잘 조화하는 아날로그 형식을 가진 디자인으로
컴퓨터에 사용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즉 표피적인 디자인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제일기획 프로모션팀의 남상민 국장님은 박금준 대표님에 관해 “그는 사소한 것에서도 새로운 배열과 컬러,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낼 줄 안다”며 데이비드 카슨의 대척점에 있는 네빌 브로디에 비유하셨습니다. 물론 감각적인 측면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리정돈이 기가 막혀 그것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선보인다고 하셨는데,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일기획 시절 프로모션팀의 남상민 국장님과 참 많은 일을 했습니다. 제가 제일기획으로 옮긴 이유는 순전히 그분
때문이었지요. 당시 저는 디자인 전체의 관계성과 논리적 접근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아마도 저의 작업에 대한 논리와
콘셉트의 전개 방법을 두고 그렇게 말씀하신 게 아닌가 싶네요. 저는 조형 원리와 시.지각의 관계를 잘 조정하다 보면
아무리 복잡한 디자인도 잘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식적인 기교를 거둬내고 어떤 순서와 힘의 균형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거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은 항상 필요합니다. 근본에 충실하고 간결하며 정직한 디자인은 저의
영원한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뭐랄까 많이 변했는데요, 논리적인 것에서 감성적으로 변화했다고나
할까요. 흐트러짐의 포용과 어눌함이 제 작업의 지향점인데 그에 따라 작품 성향과 메시지 전달 방식, 표현 기법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 물론 지금도 정리는 잘하려고 합니다.(웃음)

 

디자이너가 스타일을 갖는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을 것인데요, 601비상 박금준 대표님의 디자인 스타일에 관한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디자이너에게 스타일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디자이너의 스타일이라는 것에 관한 한 저는
더 많은 학습과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스타일이 없는 것이 나의 스타일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나
얘기할 수 있었는데요, 각각의 커뮤니케이션 목표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는 것이고, 그것이 바른 디자인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년에 국제디자인단체에 보낼 작품을 고르면서 개별적으로는 몰라도 전체적으로 강한
힘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꾸준히 뭔가를 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만의 조형 언어나 주제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디자이너에게 스타일이 뭘까? 표현 방법인가, 소재에 관련된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스타일을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지난 1년간 타이포그래피가
중심이 되거나 레이어를 겹치는 방법 등으로 몇 가지를 시도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럴싸한 힘이 보이는 거예요.
그렇지만 아주 미묘한 것이라 계속 탐구해야 하겠지요. 요즘의 제 관심은 물, 흙, 공기, 세월이 담긴 퇴적처럼 켜켜이
쌓인 자연의 형상, 음양의 조화, 타이포그래피인데 이런 생각과 표현이 스타일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다만 안주하는 것은
제가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떻게 내 스타일을 만들 것인가, 박금준답다, 601비상답다, 그런 것은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네요.

 

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시다고 들었습니다. 601비상 서가에서 자랑하고 싶은 도서 목록을 소개해주시죠.

책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예전에 회사 다닐 때부터 도서 담당을 자임했어요. 그렇게 해서 좋은 책을 먼저 보고, 더 구해
보기도 하면서 책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선택하는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 흔적이 담긴 전시 도록이나 수상집,
기사가 있는 책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요. 외국에 다녀올 때마다 조금씩 사 모은 책들 중, 79장의 목판화가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꼽힌 호안 미로 판화집 <A Toute Epraure>, 론 아라드가 디자인한 펭귄 북스 1000권
한정본 <백치(The Idiot)>, 이노우에 유이치 전서업 그리고 국제적인 북 아티스트들의 작품 등이 있습니다. 서가에
꽂혀 있는 걸 바라만 봐도 흐뭇하지요.

 

유난히 종이에 대한 실험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종이는 좋은 감성 디자인 재료죠. 세월의 흔적이 묻은 종이는 거칠지만 인간미가 있어요. 너무 규칙적이지 않은,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종이를 좋아합니다. 마셜 맥루한은 “책은 눈의 확장이고 옷은 피부의 확장”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종이는 ‘감정의 확장’ 아닐까요? 내용과 형식에 또 다른 감정을 불어넣는 것이 종이죠. 종이와 인쇄,
가공에 관한 총체적인 검토는 기획 의도를 더욱 강력하게 만듭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제작물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지요. 적절한 종이를 찾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창조적 행위라고 봅니다. 그래서 종이 실험을
다양하게 하는 편인데, 어느 날인가 한지를 실험하는데 숨을 쉬는 그 느낌이 너무 좋은 거예요. 집에 커튼 대신
붙여보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나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한지에 옻칠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옻칠한 한지로 만든 작품을 국제 공모전에 낸 적이 있는데, 해외에서 관심을 많이 갖더군요. 종이 선택도 디자인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제가 만든 책에는 각각 특성에 맞는 종이를 썼습니다.
<내 삶의 쉼표> <2note: 시간.공간> <비닥 연감> <둘.어우름>은 종이의 물성을 기획부터 고민한 결과물이죠.

 

아트는 20세기에 탄생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옛날에는 아트라는 말이 없었고 미켈란젤로나 렘브란트도 아티스트가 아니라
기능인, 장인으로 불렸답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디자인이 아트에 더 가깝다고 볼 수도 있지요. 요즘 타이포그래퍼를
타이포그래피 아티스트로 표현한다든가, 스스로를 시각 비주얼 아티스트라고 이르는 디자이너들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티스트라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대표님은 아트와 디자인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트와 디자인은 따로 떼어서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한 구분인 것 같습니다.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구분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고요. 아트와 디자인의 차이가 기능이라면 예술에도 기능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아트와 디자인의 차이가 클라이언트라면 아트도 일반 대중을 클라이언트로 간주하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고, 아트와 디자인의 차이가 상업성이라면 아트도 상업화되었으니 더 이상 구분되지 않습니다. 디자인이 아트에
포함될까, 아트가 디자인에 포함될까?

예술 작품을 차용한 디자인이 많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그것은 아트일까, 디자인일까요? 디자인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독창적이며 근거 있는 디자인을 요구한 폴 랜드는 “예술가와 디자이너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둘 다 형태와 내용을
가지고 작업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했는데, 아트와 디자인의 구분과 관계보다는 작업마다 고유의 미학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디자인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면서 공공 디자인 열풍이 불고
있는데, 공공 디자인이 뜨는 이유 중 하나는 보여주기 좋고 정치인이 업적으로 남기기 쉬운 것처럼 여기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금준 대표님도 올해 초 여권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셨고, 여러 행사와 공청회 등에 초대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이자 시민으로서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우선 디자인에 대한 높은 관심은 환영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우리 문화와 역사
속에서 함께 공존하는 것이라,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더라도 우리의 현재 상황과 환경을 고려한 근본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좋은 게 있다고 하면 과거의 역사나 문화를 쉽게 쓸어버리는 신개발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런지,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원래 우리 것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고 함께 어우러지지 않는 어색한 모습도 종종
발견하곤 합니다. 공공 디자인은 지자체의 경쟁거리나 몇몇 디자이너와 특정 집단의 획일적 점유물이 아닌데 말입니다.
자발성 없는 공공 의식도 문제인데, 관이 주도하면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식 변화는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우리에게 맞는 디자인을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디어를 통한 공론화 과정과
추상적 담론이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번에 나온 서울체를 예로 들면 그 글꼴에 관한 공론의
장이 필요한데, 무슨 의미를 담았다면서 발표했지만 실은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거든요. 지자체들의 심벌도 시각적 공해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쭉 모아놓고 보면 다 비슷해서 각 지자체의 특성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공공 디자인의
목적에 부합하고 역사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디자인의 눈높이를 선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감대를 이룰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01비상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는 일과 개인적으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작품을 꼽아주시다면?

시기적으로 본다면 2002년 지금 사용하는 사옥으로의 이전, 2003년 아트북 프로젝트 시작, 2006년 601스트리트 론칭 등이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그런데 대표작은 정말 못 고르겠어요.매번 쉽게 한 작업이 하나도 없어요. 피해 가고
싶어도 그러지를 못해요. ‘제대로 가야 해!’ 마음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정말 모든 게 다 애정이 갑니다. 그렇지만 꼭
골라야만 한다면 제 포스터 작업의 전환점이 된 비닥 10주년 기념 포스터, 뉴욕아트디렉터스클럽에서 골드 메달을 받아
국제적으로 601비상을 각인시킨<2note:시간.공간>과 <둘.어우름>을 꼽고 싶네요.

 
디자인의 인기에 비해 디자이너의 지위는 별로 올라가지 않았고 디자인에 책정된 비용도 정체된 상황입니다. 특히 컴퓨터
등장 이후 일이 더 늘어나 노동 강도만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쯤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뭔가 새롭게 정의되지
않으면 미래의 후배들에게 이 직업을 권하긴 힘들 것 같거든요. 디자이너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면서 진화해야
할까요?

디자인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는 것은 어찌 보면 디자이너의 눈과 생각을 지니는 것보다는 매우 쉬운
일입니다. 도구가 발달한다고 해서 디자인의 품질이 반드시 함께 향상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포토샵 같은 소프트웨어의
등장으로 그래픽 디자인에 입문하기는 쉬워졌지만, 그에 반해 남들과 차별화되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습니다. 네빌 브로디는 “우리는 기술에 집착하며 메시지를 망각하곤 한다.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하고, 소프트웨어는 그것을 믿도록 도와주지만,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를 뛰어넘어 다시 ‘무엇을’ 그리고
‘왜’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말에 공감합니다. 저는 디자이너는 기획자라고 늘 강조합니다. 창의력 외에도
디자이너 스스로가 역할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디자이너가 더욱 확장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사회에 대한 높은 이해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정체성 확립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사회적인 책임감과 역할 의식이 강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601비상의 계획과 미래에 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글쎄요, 특별한 것은 없어요.(웃음) 그저 지금처럼 잘 살면 되지요. 그렇지만 디자이너 20년, 601비상 10년을 맞아
지금까지의 흔적을 정리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스스로 피고 지어 스스로 존재하는, 초심을 잃지 않고 본질을 더 고민하고,
더욱 성숙한 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601이란 브랜드를 더 확장시켜야겠다는 다짐과 지속적인 한글 문화 상품
개발이 목표예요.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10주년 기념 포스터, 2004년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VIDAK)의 10주년 기념 행사인 2004 코리아시각디자인페스티벌 행사 포스터.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큰 맥락 아래 ‘크리에이티브(!)’ ‘어울림(“ ”)’ ‘out과 in(…)’ 3개 시리즈로 구성했다.‘크리에이티브(!)’
편은 VIDAK의 이니셜 ‘v’로 한국 시각 디자인 대표 단체로서의 자긍심을 표현했다. 한지 위에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했다.

 
제6회 601 아트북 프로젝트 공모.전시 포스터, 2008년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삼았다. 상상, 호흡, 비상 3편으로 이뤄진 이 포스터는 자연과 인간의 소통과 어울림을 표현했다.
또한 자연이 순환하듯 이 포스터 시리즈 역시 서로 연결, 순환한다. 전시 포스터는 공모전 포스터 위에 덧입혀진
형식이며, ‘아트북은 대화다’라는 전시 주제를 민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로 표현했다.

 
601비상 10주년 기념 포스터, 2008년

3편의 시리즈로 구성된 이 포스터는 디자인이 할 일은 무엇이며, 디자인 너머의 디자인, 디자인 안과 밖의 소통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이 물음을 3i(identity, innovation, intercommunication)와 각각의 한자어인 근본
본(本), 고칠 혁(革), 통할 통(通)으로 표현했다. 3i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의 주체인 사람과 어우러져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며, 601비상의 10주년을 자축하고 창조적 미래를 역설하고 있다.

 
365 & 36.5 커뮤니케이션 캘린더, 2004년

최초 2005년도 601부 한정본으로 제작한 이 캘린더는 그 해만 걸어두는 것이 아니라, 5년간의 캘린더로 재활용되고 있다.
그간 주변에 보냈던 캘린더 중 많은 양이 회수되었고, 거기에는 사용자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다. 601비상은 그 위에
여러 기법과 타이포그래피를 실험할 예정이다. 잘 살펴보면 2005년부터 2008년까지의 흔적이 담겨 있다.

 
제4회 601 아트북 프로젝트 공모.전시 포스터, 2006년

새로운 작품을 맞이하는 설렘과 축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2개의 타이틀은 배경과 꽃이라는 각기 다른 역할로 나뉘는데,
아트북 환경을 조성하고 꽃의 결실을 맺게 하는 601비상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꽃과 타이포그래피의 조화는 팝아트적인
구성과 색채의 충돌을 유도했다. 뒤이어 제작한 전시 포스터는 공모전 포스터를 재활용해 먹 1도의 실크스크린으로
완성했다. 레드닷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글 가면, 2008년

한글의 자음을 모아 만든 개성 있는 한글 가면. 때론 도깨비를 닮기도 하고, 임금님이나 사슴을 닮기도 한 이 가면은
머리에 쓰면 재미있고 거꾸로 써도 유쾌하다. 한글을 확장해보고자 한 여러 가지 실험 중 하나다.

 
<2note: 시간.공간>, 2001년

우리의 일상에 묻혀 있는 수많은 낙서에 대한 새롭고도 친근한 시선을 담은 ‘낙서책’이다.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해 틀, 나, 틈, 님, 끼, 몸, 길, 꿈, 힘이라는 아홉 가지 주제로 분류한 낙서를 모아 사회문화적 의미를 부여했다.
싸구려 만화지, 독특한 크라프트 종이 등 다양한 종이를 사용했다. 2002년 뉴욕아트디렉터스클럽 골드 메달 수상작.

 
<둘.어우름>, 2006년

일상 속에서의 어우름을 찾는 프로젝트로 의성어, 의태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았다. 일상 속에서 소통과 교감의
흔적을 발견하는 내용의 사진 41장이 담겨 있다. 힘차게 약동하는 둘.어우름 필체와 ‘비침’을 통해 동양 미학의
은은함을 보여준다. 한국적 이미지의 꽃무늬 천 위에 서양 문자를 배치하고 반대편에는 한글 캘리그래피가 놓이게 했고,
또 그것들이 서로 비치도록 해 한 장의 종이에 동서양이 함께하며 교감을 나누도록 했다.

601 ARTBOOK PROJECT 2008

공모포스터는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하고있다.

상상imagine? 호흡breath…비상fly! 등

3편으로 이루어진 이 포스터는 각각 자연과 인간의

소통과 어우러짐(어울림)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자연이 순환하듯 이 포스터 시리즈의

색이 서로 연결, 순환하고 있다. 이어 제작된

<601아트북프로젝트2008> 전시포스터는

첫번째 공모포스터 위에 (전시포스터가)

덧입혀진(재활용) 형식이다.

한국의 민화속에 등장하는 두 동물들의 대화와

인간과 자연의 어울림은 “아트북은 대화다”

(“artbook is conversation”)라는

전시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있다.

601 ARTBOOK PROJECT 2008

올해로 6회를 맞이한

<601아트북프로젝트2008>의 수상 작품집이다.

이번 책은 29개의 ‘A’, ‘B’ 출발하여 29개의 수상작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각각 Art와 Book을

의미하는 이 글자들은 숲과 함께 책의 앞과 뒤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 가운데 수상작품들이 있어

“아트북은 대화다(Artbook is Conversation)” 라는

올해의 주제를 보여주는 동시에 아트와 북의

본질과 어우러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얇은 종이에

인쇄되어 앞뒤 페이지에 비치는 숲의 이미지는

바람과 함께 순환하고 호흡하는 숲의 성격을

나타낸다. 수상작품 사이에는 1cm안으로

들어가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이루어진 작가의

인터뷰 페이지가 삽입되어 있는데, 이 페이지를

사이에 두고 타이포그래피와 작품사진이

넘나들면서 책이라는 평면적인 공간을 입체적인

구조로 확장시킨다. 책등이 드러난 제본,

독특한 비주얼스토리텔링,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동심이 가득한 일러스트레이션 등이

여타의 요소와 어우러져,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독특한 아트북으로 완성이 되었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각각 동양적인 힘찬 붓 터치와 가늘고 섬세한 선에 담아 냈다. 비보이와 발레리나를 상징하는 타이포그라피들은 서로의 교감을 보여주고, 선들과 어우러져 대비와 생동감을 더해준다.크고 작은 원 모양의 구멍들은 포스터의 조형적인 요소이기도 하면서, 주변공간을 포스터 안으로 끌어들이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래피티가 가득한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에 포스터를 붙였을 때 그래피티는 구멍을 통해 포스터 안으로 들어오고, 포스터는 주변풍경의 일부가 된다. 이를 통해 공연의 뿌리인 서브컬처와 함께 숨쉬는 포스터가 될 것이다.

ISLANDS RHAPSODY

깊은 호흡. 유기적 어울림..섬들은 살아있다… 김환기 국제미술제전..islands rhapsody

한국의 예술가 김환기를 기념하기 위한 포스터. 김환기가 태어난 곳인 전라도 신안섬에서 받은 영감을 포스터에 옮겼다. 바닷게들이 뚫어놓은 갯벌의 구멍들이 만들어낸 자연의 살아있는 詩를 형상화했다. 여러 섬들의 유기적인 어울림을 Island Rhapsody라는 제목으로 표현해 예술가 김환기를 길러낸 자연을 담아내려 했다.

BLESS CHINA

2008년 5월 12일 중국 대지진을 기념하며 사상자를 도울 수 있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포스터이다. 재난을 막아주고 행운을 준다는 부적의 상징으로 Bless China의 컨셉트를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