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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바람’을 시와 글자로 표현한다면?

[오마이뉴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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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시로 짓고 글자로 쓰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도 ‘천개의 바람’은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김유철 시인과 박금준 작가(디자이너)가 그것을 직접 보여줬다.

 
김유철 시인의 시 <천개의 바람>을 박금준 디자이너가 글자로 표현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박 작가는 오는 27일부터 11 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한글書 X 라틴 타이포그래피-동서 문자문명의 대화> 전시회에 이 작품을 선보인다.

 

경남민예총 부회장을 지내고 현재 ‘삶예술연구소’ 대표인 김유철 시인이 2015년에 낸 시집 <천개의 바람>에 이 시가 실려 있다

“그 바람마다 / 소리가 있기를 // 그 바람마다 / 춤이 있기를 // 그 바람마다 / 진정, 바람이 있기를 // 천개의 바람마다”

 
김 시인은 이 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바람은 무엇으로 자신이 왔다갔음을 전할까. 바람은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 것인가. 그 어떤 것으로 바람이 왔던 순간을 잡아챌 수 있으며

그 어떤 말이 바람을 받아 안을 수 있는 것일까. 사라져버린 내 사랑, 이제 바람만이 알아줄 것인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사랑하는 이를 가장 사랑하는 순간에 잃어버리고 우리는 바람 속에서 울었다. 하도 서러워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 바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져 불었다.

 
박금준 작가는 시를 형상화함과 동시에 한글의 회화성을 탐색해 이번 작품을 생산했다. 김유철 시인의 시를 한 단락별로 한 화면에 담은 것이다.

그는 “나무를 켜서 획들을 찍어낸 후 재배열하는 작업과 나뭇가지를 통한 드로잉이 바람의 상상이 되어 넘나들며 조우하게 했다”라며 

“나무와 바람, 이 은유의 숨결과 유희적 변주는 시의 형상성과 한글의 회화성 탐색”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이너로 ‘601비상’ 대표인 박금준 작가는 중국국제포스터비엔날레 그랑프리(2011), 모스크바국제그래픽디자인비엔날레 그랑프리(2014), 

파리아트페스티벌(2014, 2015) 등에 참여했고, 암스테르담시립미술관과 프랑스국립도서관, 함부르크박물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회는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재개관 서예축전의 하나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선보인다.

 
박헌수 전시기획자는 “이번 서예와 타이포그래피의 만남은 얼핏 단순한 글자 전시로 보이지만, 층층이 쌓인 역사의 겹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종과 횡으로 교차한 동서 문명과 그 축을 관통하는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가 시대의 정신과 이치를 개인의 체화에 이르는 서도(書道)의 길로써 그리고 작가 개인의 정신을 표현 예술로 발전시켜 왔다면,

타이포그래피는 텍스트의 대중적 보급을 목적으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시대적 요구와 변혁을 수용해 왔다”면서 “이렇게 문자라는

동일한 소재에서 출발하여 각기 다른 역사의 족적을 만들어 온 두 개의 장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라고 평했다.

 

[오마이뉴스 ㅣ 윤성효기자]

출처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46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