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디자인스팟 201
[design house] 2009, 09본문
홍대 앞, 대학시절을 보냈고, 10년 넘도록 매일 가는 곳이다.
언제나 마음 편하지만, 화려하게 변해가는 요즈음의 홍대 앞을 보면서 아쉬움도 든다.
그럴 때 가는 곳이 지후니 작은섬이다. 지후니 작은섬은 1980년대 활발하게 활동하던 가수 임지훈씨가 만든 레스토랑이다.
높은 천장에 마치 런던에 있을 법한 가스등 모양의 가로등이 식당 한가운데 있어 창문을 열면 유럽의 노천카페를 떠올리게 한다.
임지훈 씨가 직접 그린 그림이며, 써 놓은 시며, 구석구석 그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무대도 있다.
임지훈 씨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반가운 얼굴이 있는 테이블에 와서 말을 건다. 그곳에 가면 늘 그를 만날 수 있다.
홍대 앞을 본거지로 오래 활동하다 보니,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일이 많다.
그런 내게 지후니 작은섬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이어서, 좋은 사람들과 격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종종 들른다.
많은 문화예술계 사람들이 홍대 앞의 번잡스러움을 뒤로하고 싶을 때 아지트처럼 찾는다.
우리에게 이런 예술과 문화의 교류가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는 예술인들의 아지트가 있는가.
지후니 작은섬은 7080의 추억이 박제된 곳이 아니라, 창작의 가능성이 현재진행형으로 꽃피고 있으며,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다.
멋있고 세련된 공간은 돈으로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이 모이는 곳은 쉽게 만들 수 없다. 지후니 작은섬에는 ‘사람’이 있다. (글: 박금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