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공모전으로 성장하다-601아트북프로젝트
[월간디자인] 2009, 10본문
국제적인 공모전으로 성장하다
601아트북프로젝트2009
아트북의 지평을 넓히며 젊은 디자이너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한 601아트북 프로젝트가 올해로 7회째를 맞았다.
601비상이 아트북의 대중화를 위해 2002년부터 꾸준히 지속해온 601 아트북 프로젝트는 몇 년 전부터 해외 출품작이 꾸준히 늘며
국제적인 공모전으로 성장하고 있다. 매년 발간하는 601 아트북 프로젝트 도록은 ADC, 레드돗,<I.D.> 애뉴얼2009
‘베스트 오브 카테고리(Best of Category)’를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의 수상작은 지난 8월 11일에 발표했는데, 총 162개작품 중 두 차례의 심사를 거쳐 26개 수상작을 선정했다.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후보작이 유독 많았던 관계로, 금상을 줄 만한 우수작이 없으면 비워놓는
깐깐한 601 아트북 프로젝트가 2년 만에 금상 수상작을 내기도 했다.
물론 상을 줄 만큼 완성도가 높지는 않은 작품이라도 책을 만들기까지의 고민과 노력,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높이 사기 때문에 모든 출품작을 소중하게 여긴다. 박금준 601비상 대표는 “비록 입상은 못했어도
디자이너 자신에게 얼마나 의미있는 작품인지 느껴진다. 그래서 심사하는 우리도 모든 작품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룬다”고 했다.
이번 공모전의 특기할 만 한 점은 수상작 중 10개 작품이 해외출품작으로, 어느 해보다도 해외 수상자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최근 몇 년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환경문제를 다룬 작품이 많아졌다는 것.
601비상 측은 “예전에는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환경/사회 문제를 말하는 작품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심사를 맡은 류명식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교수는 “전통적인 책의 형식을 탈피한 과감한 시도의 책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하기도 했다.
601아트북 프로젝트 수상작은 10월 27일부터 11월 8일까지 상상마당 3층 전시실에서 말날 수 있다.
글:전은경 기자
1. 쉿! 비밀이야!!, 이남근, 금상 수상작
초등학교 교사인 작가는 즐거운 생활(미술)시간에 종이로 색 천을 짜는 과제를 내준 뒤, 이 색 천을 엮어 책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색 천 사이에는 아이들의 비밀이 적힌 종이를 뒤집어서 끼우기로 했다.
“완성하면서 몇 개는 보았지만 아이들과 약속했어요. 비밀을 보지 않겠다고.”
그러나 심사 위원들이 몰래 뒤집어서 본 2학년짜리 아이들의 비밀이란 “우리아빠 방구냄새는 지독하다” “OO는 집에서 예쁜 척을 잘한다” 정도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귀여운 공모가 담긴 책.
2. 90km/h. 김지혜, 동상 수상작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풍경을 조리개를 열고 무작위로 찍은 사진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미지는 실사지만 추상에 가깝다. 글 한 줄도 없이 이미지만으로 속도감과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3. 시모네(Simone), 알렉산드라 매그난(Alexandra Maignan, 네덜란드), 은상 수상작
작가가 잠시 일했던 파리의 한 세탁소 시모네(Simone)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담긴 책.
국적과 연령, 성별도 다양한 시모네의 일꾼들은 매일 고된 노동을 하는 동안 서로 싸우고 웃으며 삶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책의 겉모습은 매우 간소하지만 쪽마다 접힌 면을 펼치고 그 안에 끼워진 마분지를 들어내야 글을 읽을 수 있는 불편한 책이다.
읽고 나면 다시 같은 과정을 거쳐 페이지를 접어야 하는데, 이는 세탁소의 일꾼들이 빨래를 개는 행위를 독자가 함께 경험하게끔 만든 장치.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책 내용을 읽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