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을 매개로 한 예술과 실험 그리고 무한한 상상의 장 ‘간판투성이展’
[팝사인] 2009, 11본문
간판을 매개로 한 예술과 실험 그리고 무한한 상상의 장
‘간판투성이展’
한글날 하루 전인 지난 10월 8일 서울 홍대앞 상상마당에서 뜻 깊은 전시회가 열렸다.
KT&G 상상마당과 전시그룹 글책말은 우리 간판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간판투성이展’을 지난달 8일부터 22일까지 상상마당 3층 아트마켓에서 개회했다.
이번 행사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려온 ‘한글 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으로,
‘간판’이라는 소재를 통해 아름다운 한글 간판으로 대한민국의 거리를 물들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간판을 매개로한 예술과 실험, 그리고 무한한 상상의 장으로 거듭난 ‘간판투성이展’의 주요 전시작과
함께 이를 통해 간판과 한글에 대한 다양한 생각에 귀기울여보자.
글 l 설현진 기자 babo79da@popsign.co.kr, 사진 l 구한, 신혜원 기자 shin@popsign.co.kr
잃어버린 도시의 얼굴 ‘아름다운 한글 간판에서 찾다’
먼저 이번 전시회의 제목인 ‘간판투성이’에 대해 살펴보자.
어떤 것이 너무 많은 상태를 말하는 순우리말 접미사를 붙여 만든 ‘간판투성이’. 이는
우리 간판 문화의 현주소에 대한 풍자임과 동시에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간판이 가득한 전시회장 풍경을 가리키는 정겨운 의미 이기도 하다.
간판투성이를 넘어 이제 간판을 매개로 한 예술과 실험 그리고 무한한 상상의 장을 편쳐보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일방적인 소통만 있는 ‘간판투성이’를 넘어 이제 소통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간판투성이’의 도시를 함께 꿈꿔 보는 건 어떨까?
‘간판투성이展’에는 캘리그라퍼 강병인, 601비상 박금준, 회화작가 이목을 등 25명의 디자이너와 순수예술 작가들이 참여했다.
작가가 사는 동네의 실제 점포 간판 및 작가의 작업실 혹은 회사 간판을 한글을 이용해 ‘아름다운 한글 간판’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주요 선보였다.
작가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실제 점포 혹은 작가 자신의 작업실이나 회사를 위한 간판을 제작해야한다’는 기본 조건과
‘한글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제한 외에는 간판 법규를 포함한 어떤 제약도 없이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 속을 침잠했다.
그 속에서 간판을 대상으로 공공 공간에서의 예술과 실험의 가능성을 끝없이 모색했고, 그 자유로운 상상력의 결실이 바로 이번 전시회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시기획에 참여한 601비상 박금준 대표는 “소위 간판법에서 벗어나 작가 스스로 간판을 정의함으로써 작가의 정체성과 자신만의 해석을 담은 간판을
예술, 실험, 공공의 대상으로서 접근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또한 “한글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입체적인 작업을 통해 간판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고 밝혔다.
조형미와 조화로움으로 간판을 업그레이드하다
이번 전시 프로젝트는 관 주도의 일방적인 간판 정책이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라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간판은 더 이상 단순한 간판만은 아니게 됐다고 한다.
25명의 디자이너 및 순수예술 작가들이 간판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동안 간판은
‘홍보의 수단’에서 ‘예술과 실험;의 대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관공서 주도의 간판개선사업은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추진으로, 질서와 통일성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조형미와 조화로움이 사라진지 오래다.
이에 전시준비 위원회는 관공서에 의해 추진되는 일방적인 간판 정책이 아닌 다양한 아름다움과 개성적 실험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문화 활동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간판은 이제 단순히 홍보를 위한 수단을 넘어 재질과 색채, 서체 등 총체적 조형성으로 한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대변하는 지표임을 인식해야 할 때라는 것.
이 때문에 25인의 작가들은 간판 법규에 대한 제약 없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며 공공 공간에서 예술과 실험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새로운 간판을 제안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의 이러한 시도와 모색은 다양한 문화와 개성으로 아름다운 도시를 창조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무엇보다 주변 풍경과 옛것과의 조화 속에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인 한글의 멋스러움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간판을 만드는 노력을 통해,
생명력 넘치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을 만나볼 수 있게 한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전시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이 전에 볼 수 없었던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우리 간판 문화에 창조적인 자극과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아름다운 간판 아트워크를 통해 한글 간판은 촌스럽다는 편견을 깨고 한글이 시각적으로도 매우 아름답고 예술적 가치가 큰 문화유산임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것이다”고 말했다.
참여작가 및 전시장 전경
작가: 박병철(몸디자인연구소 대표)
작품명: 인테리어 전문회사 디귿-붕어톱사인
작품설명: 440x790x30mm. 목공을 할 때 사용하는 연장인 붕어톱으로 인테리어 회사의 사인을 만들었다.
작가: 김지선
작품명: 비따
작품설명: ‘Vita’에 대해 작가가 생각하는 여러가지 의미들을 넣은 Design Vita의 간판. 나무 위에 글씨와 점이 못으로 박히고 이어진다.
‘Viata’는 라틴어로 ‘Vitamin’의 어원이 되는 말이다. 삶, 생명, 인생, 살아있는 것,
생존, 소중한 사람, 영혼, 애지중지하는 것, 만들다, 빚어낸다는 의미를 가진다.
우리말로 ‘만들다’는 의미의 ‘Viata’는 ‘Vita’의 라틴 발음과 똑같이 ‘비따’로 읽힌다.
디자인은 일생동안 살아있는 사람들과 세상을 위해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 즉 생명을 주는 일이다.
즉, ‘Vita’는 디자인에 대한 작가의 자세이자 생각이다.
작가: 김란영(꿈을굽는마을 나니쇼 대표)
작품명: 더 사인_컵 ver01/02
작품설명: 1200x230x210mm.
컵의 윗부분을 한글의 자음으로 삼아 도자기 브랜드 (꿈을 굽는 마을 나니쇼)의 간판을 만들었다.
최근 나니쇼에서 개발하고 있는 전용 RGB LED모듈을 통한 프로그래밍작업을 시도했다.
아날로그적인 도자기와 자작나무, 그리고 LED라는 세 가지 구성요소를 어떻게 어울리게 조합할 것인가가 목표였다.
작가: 강병인 (강병인 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 대표)
작품명: 봄날_갤러기 봄날
작품설명: 640x641x100mm. 오래되고 단단한 고목 위에 글씨가 피어나는 형상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키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단순히 홍보 수단으로의 간판이 아니라 오브제 자체가 가지고 있는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끌어내고 그 위에 한글을 심음으로써 예술성과 공공성을 보여주고자 한 작품이다. 생명을 잉태시키는
봄날 바람처럼, 한글은 우리 문화를 키우는 단단한 나무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작가: 김진(북디자이너)
작품명: 호두나무 출판사
작품설명: 330x710x130mm 호두나무출판사라는 이름을 그대로 살리는 작업을 했다. 전각가 손불애와의 공동작으로
호두나무출판사의 생각을 60여개의 도자기에 전각으로 새겨 넣었다. 하나하나 정성으로 새긴 전각이 호두열매를
위한 나무의 정성, 책을 위한 출판사의 정성, 작품의 위한 작가의 정성을 전해준다.
작가: 이근세
작품명: 술통
작품설명: 800x800x50mm, 강병인선생의 글씨를 불과 쇠로 재현, 작가 머릿속 술통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작가: 유혜영(작가)
작품명: 7days
작품설명: 405x405x285mm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란 콘셉트하에 한 장소에 월-금요일 사이 다른 모습의 장소로 끊임없이 변환하는 다기능의 간판이다.
여느 게으른 날에 잘못 두면 두 세개의 상호가 겹칠 수도 있다. 더하고 더해진 이미지와 상호는 새로운
콘셉트의 이미지와 해독 불가한 미지의 글자들을 만든다.
작가: 정종인(601비상 아트디렉터)
작품명: 좋은 책방, 예쁜 옷집, 편한 신발가게
작품설명: ㅅ-680x730x150, ㅇ-670x670x250, ㅊ-656x860x200mm, 한글 초성의 ㅊ,ㅇ,ㅅ에 책방과 옷집과 신발가게의
작은 단상들을 담고 어눌하지만 편안한 작가의 글씨로 표현했다.
작가: 박금준 (601비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작품명: 비상하다, 601비상
작품설명: 601비상 창립메시지의 일부를 헬리콥터의 날개와 함께 스토리텔링했다. 벽면에서 천정으로 이어진 2종류의 간판으로 이루어졌다.
디자이너에게 늘 깨어있는 실험과 소통, 정체성과 휴머니티를 일깨우는 간판이 될 것이다.
작가: 주상현(디자인 발사 대표)
작품명: 빨리 피해
작품설명: 비상구 표시등을 재해석한 위트 있는 안내판이다. “당신이 빨리 피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작가의 의도 또한 담겨있다.
작가: 허혜순(씨오디 디자인 실장)
작품명: 책의 탄생
작품설명: 북디자인 회사 씨오디(Color of dream)18년의 디자인 기록, 작업의 역사를 책을 이용해 만들었다.
나무로 액자틀을 만들고 직접 조각칼로 무늬를 새긴 후 액자 손의 책의 탄생을 벽화처럼 표현했다.
로고는 강병인의 캘리그라피를 사용했다.
작가: 이목을(작가)
작품명: 목을 그림 공부하는 곳
작품설명: 1450x770x50mm. 나무 톱질하고 다듬어 그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극사실주의 작가 이목을의 작업방식을 그대로 간판에 가져왔다.
작가: 장성환(디자인스튜디오203대표)
작품명: 뜻 같지 않은 일이 열에 여덟 아홉이다. 디자인스튜디오203
작품설명: 200x1600x200mm. 원하는 것의 열에 한둘만 이루어도 감사해야 한다는 것. 매 순간 마음을 모아 작업해
나가자는 디자인 스튜디오203의 모토를